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2021년 첫선을 보여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이 전 시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즌2 공개 직후 <오징어 게임>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이 식어가기 시작한 탓인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시즌3의 국내 반응은 냉담하다. 말 그대로 화제성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오픈과 동시에 97개국 1위, 3주 연속 글로벌 1위 등 그 관심만큼은 여전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그 명성이 어디로 갔나 싶을 만큼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워낙 스토리가 탄탄하고 신선했기에 <오징어 게임>이 써 내려간 K 드라마의 새 역사는 경이로웠다. 그래서일까? 시즌 2와 3에 실망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시즌1의 시작과 마무리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이다. 시즌 1과 이후 시리즈는 무엇이 어떻게 달랐기에 이토록 반응이 갈리는 걸까?
우선 시즌 1은 기승전결의 완결성이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스토리가 탄탄한 데다, 모든 캐릭터에 당위성이 부여되며, 그들의 행동과 게임의 과정 대부분이 납득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성기훈의 게임 참여 동기, 새벽이의 선택, 오일남과의 깐부 반전, 프론트맨과 준호의 관계 등이 그러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한국적 신파가 가미되면서, K-콘텐츠의 감성 코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스토리, 구성, 미술, 참신성까지 고루 갖춘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이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3~4년이 흐른 지금, 에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시즌 2와 3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 후보에 오르지 못했는지에 대해 대부분 납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시즌 2와 3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당위성의 문제다. 이정재가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이유부터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게임의 음모와 배후를 밝히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느슨하다. 게임의 참혹함을 겪고 살아남은 자가 다시 그곳으로 발을 들인다는 설정은 서사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다시 반복되어야 <오징어 게임> 팬들이 열광하던 한국 전통의 '게임'을 다시 선보일 수 있음은 물론 서바이벌의 잔혹성, K-신파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들을 다시 엮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새 시즌이 전편의 승리를 훼손한다"라고 혹평했다. 그 '승리'는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시즌 1이 얻은 수많은 영광들, 그리고 성기훈이 손에 쥔 456억 모두가 포함된다. 이 모든 상징이 붕괴한 셈이다. 완성도가 높았기에 시즌 2와 3를 향한 기대는 컸지만, 이야기는 길어질수록 산으로 향했다.
시즌화의 열망을 이해 못 한 것은 아니다. 초유의 히트작은 아무 때나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넷플릭스도 황동혁 감독도 욕심이 났을 것이다. 비어 있는 조각들을 조금 더 채우고 싶었던 마음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과 경쟁, 인간의 탐욕, 생명 경시 등의 문제의식을 더 복합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시도 자체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메시지의 무게가 개연성이라는 기초공사를 무너뜨렸고, 결국은 억지 설정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욕심'으로 불릴 수밖에 없었던 시즌 2와 3의 전개는 <오징어 게임>을 정말 사랑했던 한 명의 시청자로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