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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에 일하러 왔다 날벼락…인신매매 인정됐다

<앵커>

한국에 가면 용접 기술도 배우고 조선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에 거액을 들여 우리나라에 온 베트남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월급도 받을 수 없었는데요. 정부 기관이 이들을 노동 착취를 당한 인신매매 피해자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20대 베트남 청년 2명이 경찰서에 들어섭니다.

자신들이 속했던 직업훈련 시설 관계자들을 고소한 뒤 조사를 받으러 왔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용접 기술도 배우고 조선소에 취업할 수 있다는 현지 유학원의 설명을 듣고 2년 전 입국했습니다.

학원비, 기숙사비, 이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2천만 원 가까이 냈습니다.

[A 씨/피해자 : 우리한테는 매우 큰돈입니다. 4~5년은 걸려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기대가 악몽으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브로커에 이끌려 처음 도착한 곳은 김해의 한 직업학교.

시설은 열악했고 제대로 된 교육도 없었습니다.

3개월 만에 목포의 한 공장으로 보내졌습니다.

[B 씨/피해자 : 처음인데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한국어도 모르니까 힘들었습니다.]

체류 기간 6개월이 지나야 현장 실습을 허용하는 기술연수 비자 관련 지침을 위반한 것입니다.

일하다 다치기 일쑤였고.

[A 씨/피해자 : 몇 달만 알려주고 시켜서 용접하다 손을 다치기도 하고 손을 베기도 하고….]

약속받았던 2, 300만 원의 월급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학교로 돌아가 교육을 받고 싶다고 사정하면 협박이 돌아왔습니다.

[A 씨/피해자 : 비자 연장 서류들로 우리를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직업학교 측 관계자와 주고받은 대화에는 현장을 이탈하면 비자를 취소하겠다, 업무 방해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비자 연장에 필요하다고 해서 400여만 원을 추가로 냈지만, 비자는 연장되지 않았습니다.

공장을 탈출한 이들을 국내 활동가들이 도왔고 여성가족부 산하 중앙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기관은 이들의 노동 착취에 따른 인신매매 피해자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조선업에서 인신매매 피해자가 인정된 건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주언 변호사/피해자 측 대리인 :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 현장 실습을 빙자해서 일을 하도록 하고 급여도 지급되지 않은, 이분들이 이제 벗어날 수 없게 그렇게 계속했더라고요.]

직업학교 측은 수차례 요청에도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함께 입국했던 다른 베트남 연수생 7명도 피해 구제 절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홍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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