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 경기 가평에선 캠핑 중이던 일가족 3명이 산사태로 숨지거나 실종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산속에 있는 캠핑장은 극한 호우와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사고가 난 지역의 캠핑장을 둘러보니, 산사태에 대비한 시설은 마련돼 있지 않았고, 당국의 관리도 부실했습니다.
김진우 기자의 현장 취재입니다.
<기자>
경기 가평군의 한 캠핑장.
흙바닥이 파헤쳐져 있고 바닥 곳곳에 잔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번 폭우로 산사태가 텐트를 덮치면서 일가족 4명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곳입니다.
캠핑장 앞쪽엔 계곡이 흐르고 뒤로는 산자락이 자리 잡고 있어 극한 호우나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형입니다.
그런데 이 캠핑장은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지자체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주변 캠핑장들도 둘러봤습니다.
산에서 쏟아진 나무와 토사로 아수라장이 됐는데 유사시 흘러내리는 토석류를 막아줄 시설은 보이지 않습니다.
침수를 막거나 늦춰줄 배수 시설도 없습니다.
물이 빠져나가지 못한 캠핑장 바닥은 마치 개울처럼 변했습니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캠핑장은 낙석이나 붕괴 등이 예상될 경우 사고 예방을 위해 방지 시설을 마련하고 배수 시설도 설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점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자체 점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평군의 경우 298개 캠핑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고작 2명입니다.
인력이 적다 보니 전체 캠핑장의 최대 20%만 표본 조사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어떤 시설로 토사를 막을 수 있고 배수 시설 규모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류상일/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 캠핑장을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구체적으로 수치를 제시하고 어떤 방안으로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제시해 준다면.]
전문가들은 캠핑장 사업자가 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고, 재난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캠핑장 등 야영장에 적극적으로 대피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악천후에 환불을 거부하는 캠핑장들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일부 캠핑장들의 경우 강풍이나 폭우에 대한 기준이 없거나 소비자에게 불합리하게 위약금을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캠핑장 계약 취소 사건 가운데 기상 변화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분쟁이 3건 중 1건꼴로 가장 많았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김준희, 디자인 : 장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