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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없는 폭염에 악취·소나기…수해복구 삼중고

바람 한 점 없는 폭염에 악취·소나기…수해복구 삼중고
▲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인 21일 오후, 충남 예산군 신암면 별리에서는 충남경찰청 제3기동대 2제대 대원 20여 명이 지난 19일에 이어 이틀째 물에 잠겼던 주택 앞마당에 쌓인 진흙과 못 쓰게 된 가구·가전제품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대원들이 꺼내놓은 가재도구 등은 1t 화물차가 마을회관 앞으로 옮기고 있는데, 마치 작은 산을 이룬 듯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충남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는데, 오후 들어 신암면의 수은주는 32도를 가리켰습니다.

바람도 전혀 불지 않는 찜통더위 속에서, 일을 시작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대원들의 숨은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이따금 쏟아진 소나기는 더위를 식혀주기보다 땀에 젖은 옷을 더욱 칭칭 감기게 했고, 진흙이 잔뜩 묻은 가재도구를 다시 적시며 일손을 방해했습니다.

급기야 대원 1명은 탈진 증세를 보여 동료의 도움을 받아 귀가했습니다.

이 대원은 오후에 병원 치료도 받았습니다.

김인배 경감은 "농가 창고에 저장돼 있던 콩이 물에 불어 싹이 났고, 이미 썩은 곡물도 많다"며 "우리야 며칠 고생하면 되지만 한 해 농사를 망치고 보금자리를 잃은 채 실의에 잠긴 주민들을 보고 있자면 땀보다 눈물이 더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인근 대흥면과 덕산면에서는 소방관 100여 명이 진흙에 발이 푹푹 빠져가며 비닐하우스를 정리하고 수박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는 오전 반나절을 보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이라 공기가 통하지 않는 데다 썩기 시작한 수박에서 악취까지 풍기자 일부 소방관들은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낄 지경이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러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와봐야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뙤약볕이었습니다.

결국 작업을 오후까지 이어가기는 무리였습니다.

서산시 주택가에서는 환경업체가 대형 폐기물 압축차와 집게차 등을 동원해 수해 폐기물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루 종일 계속했는데, 일부 골목에서는 침수됐던 주택들의 반찬류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10년, 20년 이상 생활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역한 냄새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환경업체 직원들이었지만 수해 폐기물이 내뿜는 악취는 좀처럼 견디기 쉽지 않았습니다.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주민들은 음료수를 건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오영춘 서청환경 관리부장은 "우리야 원래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물난리를 겪으신 어르신들이 '고생한다', '감사하다' 하시니 오히려 민망하다"며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폭우로 인한 충남지역 재산 피해 규모는 20일 오후 6시 기준 931억4천여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피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최종 피해 규모는 훨씬 늘어날 전망입니다.

주택 162채와 농경지 457.9㏊가 침수되거나 유실된 가운데 충남도는 군과 경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1만3천722명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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