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기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
"갑자기 아파트 위쪽에서 식탁이나 텔레비전(TV)이 부서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총소리였던 것 같은데 한숨도 못 잤습니다."
사제 총기 살해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 사는 40대 주민 A씨는 오늘(21일) 오전 7살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면서도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A씨는 "(당시) 누가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아무도 없어서 문 앞에 설치해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더니 한 여성이었다"며 "아마 총기 사건이 발생한 곳에 사는 분이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벽에 범인이 붙잡히지 않았으면 연차를 쓰고 아이들을 유치원에도 안 보내려고 했다"며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아파트 동 입구에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현장을 통제하며 취재진 접근을 막았습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주민은 "총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며 "사건 직후 두 시간 가까이 아파트 출입이 막혀 밖에서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습니다.
500여 세대 규모로 이뤄진 해당 단지는 인근에 학원가와 학교가 밀집해 있어 어린아이 등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4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던 50대 주민은 "사제 총으로 가족을 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누굴 향해 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범인이 붙잡혀서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60대 B씨가 전날 오후 9시 31분 아들인 30대 C씨에게 사제 총기를 발사하면서 벌어졌습니다.
B씨는 파이프 형태로 된 사제 총기를 이용해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있는 산탄 2발을 연달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산탄은 내부에 여러 개의 조그만 탄환이 들어있어 발사 시 한꺼번에 다수 탄환이 발사되는 총알을 의미합니다.
B씨가 쏜 산탄에 가슴 부위를 맞은 아들은 119구급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범행 당일은 B씨의 생일로 아들이 잔치를 열었고 아들과 며느리, 손주 2명, 지인 등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범행 이후 도주한 B씨는 오늘 오전 0시 20분 서울에서 긴급 체포된 뒤 인천으로 압송됐습니다.
경찰은 B씨를 체포한 뒤 그가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에 출동해 신나와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을 제거했습니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총기 제작 경위 등을 조사 중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