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물화에서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도록 선으로만 표시하고, 일상을 그리면서는 사람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익명성을 통해 나는 누구인지 묻는 두 작사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Invisible Someone / 8월 9일까지 / 갤러리 조은]
살짝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인데, 이목구비가 모두 하나의 선으로 표현됐습니다.
머리와 몸통도 윤곽만 그려내고, 분할된 면마다 한 가지 색으로 단순화했습니다.
명암처리도 없이 납작하게 칠해져 입체감이나 생동감을 배제한 채 몰입감을 막고 객관화합니다.
디테일이 아닌 조형미를 추구하는 겁니다.
[변웅필/작가 : 인간 보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단순하고 특정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은 거죠. 저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상의 특수성에 집중해야 하는 인물화보다는 보편성을 탐구하는 정물화적인 접근으로 표현된 우리 주변의 누군가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유럽의 거리 풍경인데 걷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없습니다.
포토샵으로 모자이크 처리한 것처럼 피부와 얼굴을 모두 가린 겁니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옷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컴퓨터 화면의 픽셀처럼 바뀌었습니다.
[박보선/작가 :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건 저는 이제 외형을 나타낸 피부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나 의상 같은 껍데기를 제외하고 피부는 전부 모자이크로 지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사람의 외형만 남기고 얼굴과 피부를 아예 투명하게 처리하기도 합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한, 함께 있으면서도 따로인 듯한 소외된 현대인들의 모습인 겁니다.
일상적이고 서정적인 배경은 그 쓸쓸함을 극대화합니다.
익명성을 회화적 도구로 삼아 단순한 초상화나 일상의 묘사를 뛰어넘습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통해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영상편집 : 남 일,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