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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물·도로 다 끊겼어요"…물폭탄에 고립된 충남 예산 마을

"전기·물·도로 다 끊겼어요"…물폭탄에 고립된 충남 예산 마을
▲ 물에 잠긴 충남 예산군 마을

"소들이 울부짖고 있어요. 흙더미에 깔려 그대로 죽어가고 있어요."

오늘(17일) 오전 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림리 마을, 밤새 3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이 마을은 전기, 수도, 도로가 모두 끊긴 채 고립돼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30여 년째 축사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오늘 새벽 6시쯤 사료를 주기 위해 축사로 향하다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무너진 산비탈에서 쏟아져 내려온 흙과 나뭇더미가 축사를 덮쳤고, 그 안에 소 10여 마리가 매몰돼 있었습니다.

"죽은 애도 있고, 아직 숨 붙어 있는 소도 있어요. 저기서 계속 울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로가 끊겨서 중장비도 못 들어오고…." 이 씨는 남편과 함께 삽을 들고 흙더미를 파내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전기는 끊겼고, 수도도 멈춰 손 씻을 물 한 컵도 귀합니다.

"이웃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다 단전, 단수에 고립 상태입니다. 전화만 겨우 통하고,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연합뉴스 취재진은 이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봉림리 마을로 향했으나 마을로 향하는 도로가 유실돼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현장 구조 관계자는 "일단 길이 복구돼야 장비를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산군에는 전날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모두 356㎜의 비가 내렸습니다.

충남 서북부 전역에 폭우가 퍼붓는 동안 산사태, 침수, 고립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삽교천과 접하고 있는 예산군 삽교읍 하포리 마을은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군청 재난상황실 CCTV 화면에는 마을 전체가 흙탕물로 뒤덮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찬 가운데 도로와 논밭의 경계는 사라졌습니다.

흙탕물 위로 생활 쓰레기와 함께 소 한 마리가 떠내려가는 장면까지 확인됐습니다.

주민 대피도 이어졌습니다.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주민들은 침수된 집과 농경지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천안에서 달려왔다는 김 모 씨는 "부모님이 사시는 집에 물이 찼다는 전화를 받고 새벽에 뛰쳐나왔다"며 "앞으로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충남도와 각 시군은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긴급 복구와 고립 마을 지원을 위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김태흠 지사는 오늘 오전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중장비를 총동원해 빠르게 복구해야 한다"며 "주민대피소에 담당 공무원을 배치해 생필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기고 심리지원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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