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이란 내부에서 신권정치의 향방을 둘러싼 강경파와 개혁파 간 권력 투쟁이 치열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강경파는 여전히 서방에 대한 적대감을 내보이며 미국과의 협상에도 반대하면서 대미 협상에 열려 있다는 의사를 밝힌 페제시키안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앞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14일 엑스에 "우리는 여전히 외교의 창이 열려 있다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7일 공개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집회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 구호 '미국에 죽음을'에 대해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언급해,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는 강경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강경파 의원 조흐레반드는 페제시키안이 대통령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질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의원 20여 명은 직접 서한을 보내 반발했습니다.
한 의원은 정부가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의회가 '접근방식을 바꾸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는데, 이는 탄핵 위협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이 대화에 반대하는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더 많은 외교적 노력을 하더라도 앞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단 점을 지난 무력충돌이 보여줬다고 말합니다.
반면 개혁파들은 이란이 외교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이념적 제약은 완화하고 경제를 개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외교 관계에 그쳐서는 안 되고, 국내에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최근 경제학자와 개혁주의 성향의 전직 관료 200여 명은 '통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페제시키안 행정부가 미국·유럽과 외교를 추구하고 금융 정책을 바꾸고, 부패를 척결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2011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인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도 헌법 의회를 구성하고 정치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촉구했습니다.
강경파의 도발이 더 큰 외국의 침략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이란 국영방송에선 파트와(칙령)를 이용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으로 현상금을 걸고 모금 운동을 개시하는 한 성직자의 모습이 전파를 탔습니다.
개혁성향의 분석가 사이드 라이라즈는 "강경파들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중 지지도도 부족하다"며 "그들의 주 관심사는 이념이 아니다. 미국과 맺을 어떠한 합의에서든 배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향후 이란 전략에 대한 최종 결정은 86세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