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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 등 돌린 트럼프…유럽 지도자들 집요한 설득 노력

푸틴에 등 돌린 트럼프…유럽 지도자들 집요한 설득 노력
▲ 푸틴(왼쪽)과 트럼프

지난 11일 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습하는 영상을 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 휴대전화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 총리에게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세에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앞서 메르츠 총리는 독일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는데, 이 전화를 받고서는 그가 제안을 수락할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가 향후 50일 안에 종전 합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대해 약 100%의 '2차 관세'로 제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결정이 나온 데에는 지난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한 유럽 지도자들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재개하고 푸틴에 대해 협상 압박을 가하도록 유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진지하게 협상할 의사가 없고 단지 영토 확장을 노리고 있다고 판단,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등을 돌리도록 공세를 펼쳤습니다.

특히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5일 백악관 방문 뒤 거의 매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게 독일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기업인 출신인 메르츠 총리는 전임 독일 총리들과 달리 재빠르게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쌓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는 독일 헌법을 개정해 대규모 차입을 가능하게 만든 후 미국산 무기 구매에 자금을 대겠다고 약속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독일은 자국의 패트리엇 2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이를 대체할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약 20억 달러에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메르츠 총리의 보좌진은 WSJ에 "트럼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립적이었던 태도를 버리고, 러시아를 명확히 가해자로 지목하고 무기 지원 재개에 동의한 것이 가장 큰 외교적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은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며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소통하는 비공식 채널을 열었습니다.

과거 미국 대학에서 골프 장학금까지 받았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치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휴전 압박 등에 지지를 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Daddy)라고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유럽 외교관들은 친우크라이나 성향을 보인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공화당 의원 등과도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미국에서 베선트 장관을 만나 무기 지원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해달라고 요청했고,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루비오 장관과 접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휴전 압박에도 푸틴 대통령이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자 두 지도자의 오랜 밀착 관계에는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및 비공개 석상에서 모두 푸틴 대통령에 대한 좌절감을 드러냈다"며 "그는 살상을 멈추고 잔혹한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미국산 무기를 나토 회원국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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