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미국에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논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들끓는 가운데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균열이 일고 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민주당이 파일 공개를 위한 청문회와 투표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파일 공개 요구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엡스타인 파일은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 추문 사건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후 그에게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 접대 리스트가 있다거나 사인이 타살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끊임없이 나왔으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엡스타인의 사망과 관련된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자제 당부에도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열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여론이 들끓었고, 공화당 인사들도 이에 가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균열 조짐을 파고들어 민주당은 사건 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결의안 표결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날 미 하원은 법무부가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30일 내에 온라인에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게 하는 절차안을 211대 210으로 부결시켰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엡스타인 이슈를 두고 추가 표결을 예고했습니다.
하원 규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짐 맥거번(매사추세츠) 의원은 악시오스에 "오늘이 이 문제를 다루는 마지막 날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이날 표결은 부결됐으나 일부 공화당 의원도 엡스타인 사건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나는 투명성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과거 언급한 '고객 명단'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해명을 촉구했습니다.
본디 장관은 지난 2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이 책상에 올라와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으나, 이는 엡스타인 사건을 포함한 여러 사건에 대해 검토할 자료가 있다는 뜻이었다고 최근 해명한 바 있습니다.
또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마크 비시(텍사스) 하원의원이 발의한 '엡스타인 파일 전체 공개' 결의안에 찬성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악시오스는 전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에릭 벌리슨(미주리) 하원의원은 "미국 국민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왜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는 정파적 문제가 아닌 도덕적 문제"라며 결의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엘리 크레인(애리조나) 하원의원도 엡스타인 사건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며 "초당적인 이슈가 되어 다행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을 협박하거나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으며 그의 사망 원인도 자살이라고 재확인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2일 트루스소셜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엡스타인에게 허비하지 말자"고 지지층에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마가는 한 팀"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는데도 마가 지지자들의 불만은 오히려 확산하고 이제 공화당으로도 들끓는 여론이 번지는 상황입니다.
악시오스는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엡스타인 파일 처리에 분노한 마가 지지층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