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춰선 용인경전철
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한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수요예측 연구용역을 맡았던 공공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도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오늘(16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낸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전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한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연구원들 개인과 관련한 부분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서울고법은 현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한국교통연구원·담당 연구원에게 책임을 물어 총 214억6천여만 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소송을 청구하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 전 시장의 후임이던 서정석·김학규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지자체에 거액의 예산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해당 지자체 주민들이 주민소송을 통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본 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라 상고를 대부분 기각했다"며 "주민소송 청구는 대부분 인용으로 확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수요예측 용역계약 당사자인 한국교통연구원의 이행보조자에 불과한 연구원 개인들에게 직접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원 개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연구원들 개인의 행위가 용인시에 대한 독자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임이 인정돼야 한다"며 "원심은 이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개인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주민들은 공금의 지출이나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해당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체결·이행 사항과 관련해 지자체장에게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주민소송 손해배상 청구 승소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장은 확정판결 후 60일 내에 당사자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해야 합니다.
기한 내에 지급되지 않으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2010년 6월 완공된 용인경전철은 용인시가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최소수입보장비율(MRG)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인 끝에 2013년 4월 개통됐습니다.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까지 간 끝에 패소해 이자를 포함해 8천500억여 원을 물어줬습니다.
2016년까지 운영비와 인건비 295억 원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경전철 하루 이용객은 교통연구원 예측에 한참 미치지 못해 용인시는 재정난에 허덕였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2013년 10월 전 용인시장 3명을 비롯해 전·현직 공무원과 시의원, 수요예측을 담당한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을 상대로 1조23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소송을 냈습니다.
1·2심은 주민소송 청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전 시장 시절 정책보좌관 박모 씨에 대해서만 관련 소송 법무법인 선정 과정에서 용인시에 손해를 입힌 데 대해 10억 원대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주민소송은 주민감사 청구를 한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 사건은 감사 청구와 소송 내용이 동일하지 않다는 게 1·2심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7월 대법원은 주민소송이 감사청구와 관련이 있는 것이면 충분하고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현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한국교통연구원·담당 연구원 등에게 214억여 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시행자에게 이미 지급한 4천293억 원을 용인시의 손해액으로 확정하고, 책임비율을 5%로 판단해 손해배상 액수를 214억6천여만 원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2심은 "이정문 전 시장은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2004년 맺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치에 밑돌 경우 수입 보장에서 제외하는 '저지규정'을 두지 않았고, 거액의 재정 지출을 수반함에도 시의회 사전 의결 등 법령상 필요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과도한 수요예측을 했고, 연구원들은 용인시청 협상단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며 역시 용인시에 손해를 입힌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주민들과 용인시 쌍방이 재상고해 이뤄진 심리 결과.
대법원은 전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지만, 연구원들 개인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용인경전철 소송은 2005년 주민소송 제도 도입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