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첫 폭염주의보 발령된 대구
매년 여름이면 '아프리카만큼 더운 지역'이라는 의미의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2010년대 중반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쓰이기 시작해 2015∼2016년 언론 보도에도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친숙해졌습니다.
'대프리카' 표현 때문에 대구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 기후 상황에서는 그렇게 보기는 힘듭니다.
이 표현이 등장할 시기 대구는 우리나라 역대 최고기온(1942년 8월 40도) 기록을 보유했던 곳이지만 이 기록은 이미 2018년 다른 지역에 넘어갔습니다.
또 가장 무더운 시기인 7∼8월 최고기온 평균값도 대구보다 높은 지역이 여러 곳 있고 폭염 지속일수도 다른 지역이 더 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더운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다만 전문가들은 통계 데이터만으로는 어느 지역이 가장 덥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며 기후 변화 등 기온에 영향을 끼치는 인자가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기온이 오르는 추세인 만큼 대구보다 더 더운 지역이 계속 출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무더운 시기인 7월과 8월 중 통상 7월은 장마철이어서 연중 8월을 가장 무더운 시기로 봅니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역대 8월의 최고기온 평균값을 보면 대구의 경우 최고 32.1도(달성)입니다.
이는 광주 풍암(32.3도)보다 0.2도 낮고, 경남 양산과는 동일합니다.
그 뒤를 이어 경북 창녕과 경산 32도, 경남 김해와 서울 서초구가 31.9도를 기록했습니다.
7월을 기준으로 하면 대구의 최고기온 평균값은 30.8(신암)~31.1도(달성)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치이기는 하나 이 또한 경북 경산(31.3도)에 비하면 낮습니다.
최근 30년간 기상 통계상으로는 관측지점 기준으로 7월에는 경북 경산이, 8월에는 광주 풍암의 평균 기온이 가장 높다는 의미입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구가 전형적인 내륙 분지형 도시여서 여름이 덥고 겨울은 추운 특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알려진 것과 달리 대구가 가장 더운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프리카'의 근거 중 하나인 역대 일 최고 기온 기록 면에서도 대구는 이미 최고 자리를 다른 지역에 내줬습니다.
대구는 1942년 8월 1일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찍었습니다.
이는 2018년 7월까지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었지만 2018년 8월1일 전국적인 폭염 속에 강원 홍천·북춘천, 경북 의성, 경기 양평, 충북 충주 등이 줄지어 40도를 넘으면서 76년 만에 깨졌습니다.
홍천이 2018년 8월 1일 역대 최고인 41도를 찍으며 기록을 경신했고, 북춘천(40.6도), 의성(40.4도), 양평(40.1도) 등도 같은 날 대구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이 기준으로는 국내에서 홍천이 가장 더운 지역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을 기준으로 지속 폭염일수를 봐도 대구보다 많은 지역이 여럿 있습니다.
실제로 대구의 지속 폭염일수는 1973년(14일 지속)과 1977년(15일), 1985년(14일), 1986년(10일), 1992년(13일), 1994년(25일), 1995년(25일), 2008년(12일), 2013년(20일), 2020년(11일) 등 기상청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여러 차례 그해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을 보면 대구 외 지역의 폭염 지속 일수가 더 깁니다.
올해는 15일 현재 구미의 폭염일수가 17일로 가장 깁니다.
지난해에도 구미, 밀양, 의성 등이 27일로 나란히 폭염 지속 일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21년에는 밀양(19일), 2022년에는 제주(13일), 2023년에는 양산·의성(14일)의 지속 일수가 가장 길었습니다.
지역 간 기온을 비교하는 여러 지표 가운데 전문가들은 강수량, 기온, 일조 시간 등 여러 기후 변수를 평균한 값인 '기후평년값'을 공신력 있는 지표로 보고 있습니다.
기후평년값은 10년마다 산출하며 가장 최근 자료는 1991~2020년의 값입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기후평균값에 나타난 대구의 연평균 기온은 14.1(달성)~14.5도(대구 서구, 신암)입니다.
이는 전국 연평균(12.8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대구 외에 이보다 높은 지역이 여러 곳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제주 서귀포(16.9도)와 제주(16.2도), 고산(15.7도), 성산(15.6도) 등 제주 일대가 대구 서구나 신암보다도 연평균 기온이 높습니다.
또한 부산 남구(15.4도), 해운대·동래(15.1도) 등 부산 지역과 전남 여수 거문도(15.5도), 경남 창원(14.8도) 등도 평균 기온이 대구를 웃돕니다.
대구의 30년 평균 최고 기온은 지역에 따라 19.8(신암)~20.4도(달성) 수준으로, 달성은 기상 관측이 이뤄지는 219개 지점 가운데서도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경남 함안의 평균 최고 기온이 20.7도로 더 높고, 경남 창녕도 달성과 같은 20.4도로 집계됐습니다.
그 뒤를 이어 경남 하동, 밀양, 김해, 양산 등 경남 다수 지역과 제주 서귀포 등이 20.3도를 기록했습니다.
최저기온의 경우 대구는 9(달성)~10도(신암) 수준으로, 서귀포(13.9도), 제주(13.4도), 고산·거문도(13.2도), 추자도(12.8도), 가덕도(11.9도), 부산·여수(11.7도) 등 30여곳이 대구보다 높은 최저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대구는 상대적으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지역으로, 이는 분지형 도시의 전형적 특징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런 역대 최고 기온이나 최장 폭염일수는 일반인이나 언론이 즐겨 활용하는 수치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대프리카'라는 말은 언론에서 만들어낸 것"이라며 "219개 조사지점이 우리나라 전역을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며 조사 의도도 각 지점의 기후 변화 추이를 보기 위한 것일 뿐 지역 간 순위 비교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어느 지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기상 전문가도 기상 관측이 이뤄지는 지점의 특성이 측정값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데이터만으로 어느 지역이 가장 덥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측정 지점의 지대가 높거나 바람이 잘 부는 곳이라면 실제 기온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체감하는 기온은 이런 통계와 다를 수 있으며 기후 변화 등으로 대구보다 더 더운 지역이 계속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김해동 교수는 "기상 변화에 따라 한반도의 다른 지역이 더 더워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며 도시화로 인한 열섬 현상 등으로 시민들은 오히려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 더 기온을 높게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 통보관은 "들쑥날쑥하지만, 점진적으로 전국의 기후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