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며칠째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더위를 가시게 하고 메마른 땅을 적셔줄 정도의 비만 오면 좋은데, 문제는 너무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곳이 있단 점입니다. 내일(16일)도 서쪽 지역 중심으로 폭우가 올 걸로 예보됐는데,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 잦아질 거란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서동균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집중 호우가 쏟아진 전남과 영남에는 이틀 만에 200mm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김해에는 시간당 70.1mm가 내렸는데, 역대 세 번째 강한 강수로 기록됐고, 부산과 거제에도 시간당 50mm 넘는 비가 쏟아지며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긴 폭염을 식혀 줄 단비였지만, 너무 많은 양이 짧은 시간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극한 호우는 여름철마다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서울대학교와 경북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20년간의 여름 강수를 분석했더니, 강한 비와 약한 비는 늘어난 반면, 중간 강도의 비는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관측됐습니다.
[송환진/경북대 대기과학과 교수 : (강우 구름) 고도가 10km 이상인 구름들이 좀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한랭형 호우라고 명명하기도 했지만, 소나기형 강수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실제 1973년부터 2020년까지 시간당 30mm 넘는 집중호우 일수를 살펴보면,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뚜렷한 증가세가 보입니다.
연세대와 국민대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강수 패턴이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를 따르면서, 극한 호우의 양은 세기말, 즉 70여 년 뒤에는 20% 더 늘어날 걸로 예측됐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도 여름철 수증기 유입량을 늘려 강수가 거세지는 데 영향을 준단 분석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내일도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릴 걸로 예보됐습니다.
경기 남부와 충남 서해안은 많은 곳 200mm 이상, 강원과 충북에 150mm 이상 강한 비가 집중되겠고, 전남 북부 서해안에는 80mm 이상, 그 밖의 수도권과 충청에 50~150mm, 남부지방 30~100mm의 많은 비가 오겠습니다.
[이창재/기상청 예보분석관 :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충청권 전북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mm의 매우 강한 비 그리고 천둥 번개를 동반(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건조한 공기와 다량의 수증기가 충돌하는 내일 밤부터 모레 오전까지가 이번 비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정성훈, 디자인 : 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