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동구 수정시장
"거리에 사람들이 부딪히며 걸을 만큼 붐볐던 예전만큼은 바라지도 않아요. 조금이나마 유동 인구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부산 동구 수정시장에서 34년 동안 각종 잡곡류를 판매해 온 60대 김 모 씨는 오늘(15일) 해양수산부가 근처로 이전해온다는 소식에 환하게 웃었습니다.
김 씨는 "30년 넘게 장사를 하다 보니 거리에 사람이 점차 줄면서 거리가 썰렁해지는 게 체감된다"며 "근처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인구가 늘어나면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관리나 행정적 지원이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임시 청사로 지하철 1호선 부산진역 인근에 있는 IM빌딩을 본관, 협상타워를 별관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임시 청사 위치가 확정됨에 따라 850여 명의 해수부 직원이 연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산진역 인근에 있는 상인들은 '과거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부산진역은 KTX 개통 직전까지만 해도 경부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열차의 필수 정차역으로 부산역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우암선으로 감만부두와 연결해 대부분 화물이 부산진역을 거쳐 처리됐으며 경남 일원의 농수산물도 이곳에 모이면서 한때 물류의 중심지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KTX가 부산역에 개통되고 항만 기능이 부산신항으로 옮겨가면서 2005년 4월 부산진역이 폐쇄돼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크게 번성했던 수정시장 등 일대 상권도 자연스레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부산진역이 폐쇄된 지 20년 만에 중앙정부가 이곳에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대 상인들은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었습니다.
3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한 60대 박 모 씨는 '임대'가 붙은 공실을 가리키며 "여기가 물류의 중심지다 보니 예전에는 이러한 공실 현수막은 찾아 볼 수도 없었다"며 "근처에 거주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라도 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 모(28)씨는 "예전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내려와 부산진역 일대에서 먹고 쇼핑하며 일대 분위기를 좌우했는데 학령인구가 줄면서 확실히 활기가 사라졌다"며 "새로운 식당이나 카페가 문을 열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지 않을지 가족 모두가 기대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청사가 임시로 지정된 만큼 해수부 이전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식당을 3년째 운영하는 김 모 씨는 "구내식당이 생기더라도 일부 공무원들은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것이니 매출이 오르지 않겠느냐"면서도 "우르르 몰려왔던 손님들이 수년 뒤 본 청사 이전으로 빠져나가면서 오히려 거리가 다시 휑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