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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염 와중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고층 노약자는 어쩌나

이 폭염 와중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고층 노약자는 어쩌나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폭염 속 승강기 교체가 예고되자 주민들이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고층에 거주하는 노인 등 이동 약자의 경우 사실상 '고립'되는 것이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그제(12일) 2천462세대의 영등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선 이달 17일부터 8월 25일까지 승강기 19대에 대한 교체 작업이 예고됐습니다.

총 31개 동, 17층∼23층의 이 단지 내 승강기는 약 60대입니다.

이 중 3분의 2는 작업이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지만, 나머지는 혹서기에 공사가 이뤄지게 된 상황입니다.

기록적 무더위 속에서 계단을 이용해 집을 오르내려야 하는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입주민인 3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무릎이 좋지 않은 60대 부모님이 18층에서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층에 휴식 의자를 가져다 놓았을 뿐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무릎이 아픈 아내와 외출하던 윤 모(88)씨는 "직접 음식을 하지 못하고 하루에 두 번 식사를 위해 외출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아무런 대안도 없이 37~38도의 날씨에 노약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어린애들은 숨이 넘어간다" 등 우려와 함께 공사를 미뤄달라는 요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은 옥상을 통해 공사를 하지 않는 다른 라인으로 건너가 승강기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안전상 이유로 불가하다며, 무거운 생필품을 미리 준비하고 중환자, 임산부, 노약자는 세대별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공지한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아파트 측에서 당초 혹서기에 승강기 교체 공사를 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후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했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민에게는 공사 업체와의 계약 기간이 있고, 공사가 추석 연휴와 겹칠 경우 친인척 방문이나 택배 배송 등에 불편이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처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승강기 공사에 따른 불편은 이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건물 노후화 등에 따른 전국 승강기 교체 건수는 2022년 1만2천993건에서 지난해 2만1천13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폭염 등의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장애인, 유·아동, 노인 등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동 약자의 기본적인 사회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사업주나 공사 업체가 대체 이동 수단을 의무 제공하도록 하는 등의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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