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에어컨 실외기 화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내뿜는 열기가 쌓이면서 화재로 번지는 건데요. 특히 근처에 가스통이나, 담배꽁초 같은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은 각별히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덕현 기자가 현장을 가봤습니다.
<기자>
건물 10층에서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옵니다.
잔해물과 파편이 떨어지면서 주차된 차량은 앞유리가 깨졌고, 건물 안에 있던 400여 명은 긴급 대피했습니다.
사흘 전 발생한 이 불은 폭염에 과열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최근 5년간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매년 늘고 있는데, 30도를 넘나드는 6~8월 사이 여름철에 몰려 있습니다.
전선이 노후화되거나, 먼지와 습기 등 이물질이 쌓이면서 생기는 '전기적 요인'이 80%를 차지했고, 담배꽁초 등 외부 가연성 물질에서 불이 번지기도 했습니다.
실외기 관리 상황은 어떤지, 취재진이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골목.
먼지가 잔뜩 쌓인 채 방치된 실외기 주변으로 낡은 전선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습니다.
[유희주/서울소방재난본부 예방과 : 이런 거 다 관리를 원래는 해줘야 하거든요. 단자 부위에 이렇게 먼지가 쌓여 있거나 하면 화재가 유발되는 거죠. 스파크가 발생한다거나….]
LPG 가스통이나 담배꽁초 등이 근처에서 발견됐고, 불에 타기 쉬운 스티로폼이나 종이상자가 실외기 위에 올려져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실외기가 한꺼번에 여러 대 모여 있는 곳은 열기가 모여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늘진 곳으로 들어오면 아스팔트 표면 온도는 보시는 것처럼 30도대로 떨어지는데, 실외기가 이렇게 모여 있다 보니, 에어컨을 틀면 햇빛을 직접 받지 않는데도 60도를 훌쩍 넘는 뜨거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실외기가 여러 대 모여 있을 때는 열 축적 현상이 발생합니다. 정상 온도 범위는 20~45℃ 정도고요. 55℃가 넘어가면 위험 단계다, 이렇게 볼 수가….]
문제는 이 같은 화재 위험 우려에도 관계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에어컨 실외기의 설치기준만 있을 뿐, 화재 위험성과 관련된 별도 기준이나 규정이 없다 보니 화재 안전 관리 의무도, 현장 단속 권한도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이 때문에 권고 수준인 실외기 화재 예방 수칙을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 디자인 : 박소연,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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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덕현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실외기 화재 사각지대…관계기관 입장은?
[김덕현 기자 :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각 지자체는 에어컨 실외기 화재 안전 권고 수칙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화재 관련 기준이나 규정이 없다 보니 화재 위험이 커 보이는 현장을 인지해도 사실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겁니다. 서울시는 과열을 막을 수 있는 에어컨 실외기 가림막을 불타지 않는 소재로 설치하라고 지난달 25개 자치구에 개선 요청했는데, 이 또한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관련 규정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관계 기관들의 입장입니다. 대부분 개인 가전제품이다 보니 강제 조치 등을 실제 적용할 경우 반발이 따르는 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Q. "현실적인 대안 필요"…개선 방안은?
[김덕현 기자 : 전문가들은 기존 제도 활용 방안을 제안을 합니다. 소방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현행법상 국가공인 자격을 가진 화재 안전 책임자를 반드시 지정해야 하는데, 이들의 화재 예방 의무에 실외기 안전 관리 내용을 담아서 구체화하자는 겁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가 작은 곳이라도 업주에게 화재 안전 관리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 자발적으로 바꿀 수 있게끔 하는 부분들이 사실 어떻게 보면 중요해요. 위험성을 느끼거나, 이런 것들을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들이 필요하거든요.]
[김덕현 기자 : 반발은 줄이면서 개별 실외기 소유주가 적극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