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320원으로 결정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첫 해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중 가장 낮은 수준인 2.9%로 결정된 배경에는 그만큼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있습니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최저임금 결정을 끌어낸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 상·하한선을 1.8∼4.1%로 낮게 제시한 이유로 내년 경기 상황이 올해보다 안 좋은 걸로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9%는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중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였던 김대중 정부(2.7%) 이후 가장 낮습니다.
1988년 400원대로 시작한 최저임금은 올해 37년 만에 1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역대 정부의 첫 해 인상률은 ▲ 김영삼 정부 8% ▲ 김대중 정부 2.7% ▲ 노무현 정부 10.3% ▲ 이명박 정부 6.1% ▲ 박근혜 정부 7.2% ▲ 문재인 정부 16.4% ▲ 윤석열 정부 5.0%입니다.
김대중 정부 첫해인 199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7%로 결정돼 올해보다 낮았으나, 당시는 IMF 사태를 겪을 때였습니다.
현재 경제 상황은 제2의 IMF 위기와 같이 어렵다는 게 이번 정부의 인식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지명 후 첫 출근길에 "지금은 제2의 IMF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생과 통합 두 가지를 매일매일 (마음에) 새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로 굉장히 낮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8%, 취업자 증가율은 0.4%가 되는데, 이런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작년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경기 상황이 안 좋은 걸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런 지표들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위원장은 현 경제 위기가 IMF 때처럼 심각하다고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과잉 해석"이라며 "이번 인상률은 합의로 결정됐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 노사가 서로 양보해 마지막 결론에 도달했다는 관점에서 바라봐달라"고 답변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결정됐지만, 민주노총은 합의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반쪽 합의에 그쳤습니다.
지난 회의에서는 노사가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격차를 줄이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은 인상안의 상·하한선인 심의 촉진구간으로 1만 210원(1.8% 인상)∼1만 440원(4.1% 인상) 사이를 내놨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심의 촉진구간이 너무 낮다며 수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고, 한국노총은 심의에는 참여해 합의까지 도달했지만 심의 촉진구간이 사용자 측에 편파적으로 유리하게 나왔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퇴장하면서 내놓은 성명에서 "새 정부에서 시작하는 최저임금은 최소한 물가상승률과 실질임금 하락분을 보전하는 게 시작이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은 최소한 노동자 생계비가 현실 임금을 보전하는 논의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16일과 19일 총파업 총력투쟁을 통해 무너진 최저임금 제도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정부와 자본의 책임 회피를 단호히 막아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노총은 회의 후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경영계 또한 회의 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내수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사가 매년 첨예한 갈등을 빚는 것은 최저임금이 상당수 국민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 '전국민 임금협상'이기 때문입니다.
2026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78만 2천 명(영향률 4.5%),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290만 4천 명(영향률 13.1%)으로 추정됩니다.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 850만 명에게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의 상한선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최저임금은 당연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울러 최저임금은 실업급여 등 각종 제도의 지출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 활용 법령은 고용보험법 등 26개로, 구직(실업)급여부터 출산휴가급여, 선거지원수당 등 다양한 제도들이 최저임금에 연동돼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