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6년 ARF 당시 백남순 북한 외무상 바라보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북한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11일 열리는 ARF 회의를 하루 앞둔 10일에도 주최 측과 북한 어디에서도 북한 대표단의 참석은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1994년 발족한 ARF에 2000년 가입했던 북한이 외교장관 회의에 끝내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으면 첫 불참이 됩니다.
북한은 그동안 상황에 따라 외교 수장인 외무상부터 의장국 주재 대사까지 대표단 수석대표의 격을 조정하기는 했어도 아예 행사에 불참한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북한은 매년 ARF 의장 성명의 내용을 두고 한국과 외교전을 벌였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모으려는 한국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 등을 우군 삼아 규탄 수위를 낮추려 했습니다.
ARF는 북한과 한미일의 외교 수장들이 마주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당시 백남순 외무상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태국 방콕 회담을 시작으로 박의춘·리수용 외무상 등이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한미와의 회동 여부가 주목받았습니다.
북한의 불참 이유로는 의장국 말레이시아와 단교 상태인 점이 우선 꼽힙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 여파로 관계가 악화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의 미국 신병 인도를 계기로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여기에 아세안에는 의장국과 외교 관계가 없는 국가는 회원국일지라도 초청하지 않는 관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으로서도 아세안에서의 다자 외교를 통해 얻을 게 적고, 그보다는 최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등 양자 외교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 외교 당국은 ARF 직후인 11∼13일로 예고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이 성과를 내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말레이시아도 북한 초청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북한도 크게 회의 참석을 원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