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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로또' 180도 달라진 신세…"전량 폐기"

'바다의 로또' 180도 달라진 신세…"전량 폐기"
▲ 대형 참다랑어

"쿼터(배정물량)를 늘리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초과 어획분을 폐기해야 해 해양 오염만 가속화할 것입니다."

기후 변화로 동해안 대형 참다랑어(참치) 어획량은 급증하는 데 반해 어획 쿼터는 제자리걸음이어서 한때 '바다의 로또'로도 불렸던 참다랑어가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지역 어업인들은 쿼터를 늘리거나 공식 수매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어제(9일) 수산업계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올해 경북에 배정된 참다랑어는 영덕 35.78t(톤), 울진 31.37t, 포항 18.66t, 경주 2.19t, 유보량 22t 등 모두 110t입니다.

문제는 최근 경북 동해안에서 참치가 연이어 무더기로 잡히면서 배정량을 이미 초과했다는 점입니다.

전날 하루 동안 영덕에서 잡힌 대형 참다랑어만 1천300여 마리, 150t에 이릅니다.

이미 그전에 도내 배정 물량이 거의 다 찬 상태여서 8일 잡힌 참다랑어는 대부분 사료용으로 폐기됐습니다.

도내 참다랑어 배정량은 2022년 74.4t에서 올해 110t으로 늘기는 했지만, 태부족이라는 것이 어업인들의 입장입니다.

지난 2월에만 해도 영덕 앞바다에서 길이 1.6m, 무게 314㎏의 참다랑어 한 마리가 정치망 어장 그물에 걸려 1천5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당 약 3만 3천 원 수준입니다.

그러나 참다랑어가 흔해지면서 거래 가격이 급락해 최근에는 ㎏당 2천∼4천 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거래라도 성사되면 다행입니다.

이미 배정량을 초과한 현재는 참다랑어가 그물에 걸리더라도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돈 한 푼 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송하는 데 기름값만 더 들고 폐기하는 데도 자칫 돈이 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는 참다랑어가 어업인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현재는 골칫덩어리로 변했습니다.

환경오염 문제도 따릅니다.

배정량을 초과한 상태에서는 잡힌 참다랑어는 그대로 폐기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상태라면 문제가 없지만 장시간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는 활동을 제대로 못 해 이미 죽었거나 건져 올리는 순간 산소 부족으로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업인들은 그물을 끌어올려야 어획물을 확인할 수 있어 처음부터 참다랑어를 빼고 잡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참다랑어가 바다에 버려지면 썩어서 오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2022년 7월 말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 배정량 초과로 폐기된 참다랑어 수천 마리가 밀려들어 온 일이 대표적입니다.

이미 죽은 상태에서 부패한 참다랑어는 악취를 풍기며 해안을 오염시켰습니다.

기후변화로 동해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참다랑어가 다량으로 잡히는 상황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경북 동해안 어업인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한 어업인은 "참다랑어는 많이 잡히는 데 쿼터량은 정해져 있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배정량을 늘리거나 손실보상이나 정부 수매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영덕군 관계자는 "잡은 참다랑어를 바다에 버리면 오염으로 이어지는 만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현실적인 배정량 조정이 필요하고 초과 어획량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일 경북(150t)을 비롯한 주요 참다랑어 어획 지역에 280t(톤)의 어획 한도를 추가 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역별 참다랑어 어획 동향을 면밀히 살펴 어획 한도를 탄력적으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수부는 참다랑어 어획량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제21차 연례회의에서 어획 한도를 기존 748t에서 63% 증가한 1천219t으로 확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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