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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이 시작된 건 아니겠죠?"
7일 저녁 무렵 광주 서구 5·18 기념공원에서 박 모(46) 씨는 연신 손부채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속 8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는 무더운 날씨가 기가 막힌다는 표현입니다.
실제 일몰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온도계는 29도를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집 앞에 잠깐 볼일을 보러 나왔는데 땀이 주르륵 흐른다"며 "해가 진 저녁 시간에도 이렇게 더울 수도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 에어컨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듯하다"며 "에어컨 없는 취약계층은 하루 하루가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오후가 되면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던 공원 정자는 텅 비었습니다.
정자에서 휴식하는 것조차 어려운 무더위를 실감케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려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지만 이들은 산책로를 걷거나 뛰면서 열대야를 보냈습니다.
산책 중이던 주민 한 모(55) 씨는 "덥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산책하러 나왔다"며 "땀을 한번 빼주면 오히려 더 개운하게 밤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볍게 러닝을 하던 주민 전 모(62) 씨도 "낮에는 뙤약볕에 꼼짝없이 실내에만 있다가 그나마 해가 진 밤에 나와서 몸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광주·전남 낮 최고기온은 곡성 석곡 38.9도, 광양 광양읍 37.9도, 순천 황전면 36.8도, 담양 봉산면 36.7도 등을 기록했습니다.
극한 더위로 전날까지 8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전남 축산농가 104곳에서 닭과 오리, 돼지 등 가축 4만1천95마리가 폐사했습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최고 기온이 35도 내외로 무더울 것으로 전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