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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마세요" 영상통화 15분…섬마을 노인 살린 기적

"멈추지 마세요" 영상통화 15분…섬마을 노인 살린 기적
▲ 영상통화로 CPR 교육하는 최진주 소방교

"지금 바로 가슴을 세게, 빠르게 눌러주세요. 하나, 둘, 셋."

119 상황실과 영상통화로 연결된 전화기 너머에서 소방관의 차분하면서도 절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섬마을 마을회관 바닥에 쓰러진 70대 노인을 향해 주민의 손이 떨리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15분, 그리고 기적이 시작됐습니다.

오늘(4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3시 29분 보령시 녹도 마을회관에서 A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호흡도, 의식도 없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송주희 소방교는 즉시 환자 상태를 파악하며 이송 가능 병원을 확인하는 동시에 구급상황관리팀 최진주 소방교에게 환자 정보를 넘겼습니다.

최 소방교는 음성통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한 뒤 현장에 있던 주민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간으로 지도했습니다.

마을회관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도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지금 전기 충격 갑니다. 멈추지 마세요."

절박한 지시에 맞춰 주민은 쉼 없이 가슴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그때 A 씨의 얼굴이 미세하게 경련이 일듯 움직였습니다.

쓰러진 지 15분 만이었습니다.

약한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미약하나마 호흡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 소방교는 "활력 징후가 불안정하다"며 즉시 항공 이송을 결정했습니다.

정비 중이던 충남소방헬기를 대신해 충북소방에 헬기 지원을 요청했고, 청주공항을 이륙한 헬기는 35분 만에 녹도에 착륙했습니다.

A 씨는 전북 익산의 원광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았고 현재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의 생명을 붙든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주민의 신속한 신고, 영상으로 이어진 현장 지도, 지역을 넘어선 소방 공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한 생명을 되살린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직접 했던 주민은 "갑자기 쓰러진 상황에 당황했지만, 평소 받은 CPR 교육과 소방관의 세세한 지도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주 소방교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주민의 행동이 결정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충남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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