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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아이들 그리고 화재…반복되는 참사 막을 수는 없나

남겨진 아이들 그리고 화재…반복되는 참사 막을 수는 없나
▲ 2일 불이 난 기장 아파트에 에어컨 실외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검게 타 있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남겨진 아동이 숨지는 비극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동만 남겨진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소방설비, 화재 예방, 대피 매뉴얼 등 화재 예방사업을 손보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어제(2일) 오후 10시 58분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나 초등학생 3학년과 유치원생 자매가 숨졌습니다.

화재 당시 부모는 집을 비운 상태였고 동생은 현관 앞 중문 앞에서, 언니는 거실 발코니 앞에서 발견됐습니다.

자매는 화재 20여 분 전 엄마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고, 얼마 뒤 엄마가 집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화재는 부산진구 한 아파트 4층에서 불이 나 10살, 7살 자매가 숨진 지 불과 9일 만에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최근 아파트 화재로 숨진 자매가 다닌 부산진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 책상에 학생들이 보낸 선물과 편지가 올려져 있다.

총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두 화재는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데 중요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부산진구 아파트는 1994년, 기장군 아파트는 2007년 준공했는데,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6월 16층 이상 층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에는 11층 이상 층, 2018년부터는 6층 이상 건축물 전체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법 제정 전 건축된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으면서 이번처럼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의 저층인 경우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예전 기준으로 건설된 노후 아파트는 많은 전력을 써야 하는 오늘날의 전자 제품을 감당하지 못해 화재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며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고 해도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두 화재 모두 부모가 야간에 외출한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아동만 남겨지는 상황을 막는 돌봄 공백도 최소화해야 하겠지만 부모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동만 남겨질 경우에 대비해 관련 화재 대응 매뉴얼도 강화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없는 주택일수록 아동만 남겨질 경우를 대비해 지능형(알림형) 화재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화재 극초기 연기 등이 감지되면 보호자의 휴대전화기로 알람이 전송되는 지능형(알림형) 화재경보기 사업은 현재 지자체마다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화재를 감지해 119로 바로 신고해주는 정부사업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또한 홀몸 어르신 가구 대상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전문가는 폭염이나 한파 등 화재가 빈번한 시기 냉난방기 관리 점검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류상일 교수는 "주택 화재는 여름철과 겨울철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냉난방기 사용 시 과열 등으로 화재 위험이 높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특히 아동만 남겨두고 외출 시 부모가 화재 안전 점검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매뉴얼을 지자체나 소방에서 발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동 대피 매뉴얼도 제작되고 관련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이번 기장 화재에서 숨진 자매는 발견 위치상 대피하려다 숨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부산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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