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반지하 빌라
"한 달에 100만 원이면 서울에서 혼자 살 수 있다"는 주장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나 '극한 절약 브이로그' 형식으로 제작된 콘텐츠에는 서울에서 10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보겠다는 자취 체험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일부 영상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관련 댓글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거나 "나도 해봤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청년층 사이에서는 이러한 절약형 콘텐츠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 롤모델'처럼 소비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하지만 실제 서울의 물가와 1인 가구의 평균 지출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현실과 상당한 간극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달 100만 원으로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극단적이고 제한적인 방식의 절약을 감수할 경우에만 가능한 수준입니다.
평균적인 서울 시민의 생활 수준을 고려하면 이는 일반적인 생활이 아닌 '생존'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서울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0만 원을 넘는 수준으로, 한 달에 100만 원만 가지고 생활하기는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넘어선 거의 모든 사회적, 문화적 활동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선 "한 달 100만 원 살기 도전", "월세 20만 원, 식비 30만 원으로 사는 법"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대부분 1인 자취생이 생활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자취 생활을 이어가는 형식입니다.
커뮤니티와 SNS에도 "실제 해보니 가능하긴 하더라", "나도 한 번 살아봤는데 할 수는 있다" 등의 댓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 제작자들의 조건을 살펴보면 대체로 서울 외곽지역에 보증금 1천만 원 정도를 걸고 월세 20만 원에서 30만 원 수준의 고시원이나 반지하, 셰어하우스, 옥탑방 등 저렴한 주거 형태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식비는 1일 1식이나 냉동식품, 즉석식품 위주로 구성하고 외식은 거의 하지 않으며,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겨울에도 난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공공요금을 절감하는 방법을 씁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비중이 높고, 통신비는 알뜰폰을 통해 줄이며, 문화·여가·교제·여행·의료 등 사회생활은 거의 포기한 수준입니다.
결국 '100만 원 살기'는 가능한 삶이라기보다는 '견디는' 생활입니다.
실제 유튜버 중 일부는 후속 영상에서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꼈다"라거나 "오래갈 수는 없다", '우울하고 외로움이 크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약 163만 원입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거·수도·광열비가 29만 6천 원으로 전체의 18.2%로 가장 비중이 컸습니다.
이어 음식·숙박비가 29만 3천 원, 식료품·비주류 음료비가 19만 8천 원, 교통비가 18만 9천 원, 보건비가 13만 2천 원 등의 순이었습니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은 2019년 142만 원 수준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서울 거주자의 경우 물가와 주거비가 전국 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소비 수준은 이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무조정실의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약 213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식료품비가 80만 원으로 가장 높고 교통비와 오락·문화비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중 1인 가구 청년 비율은 약 24% 수준이지만, 전체적인 지출 구조를 보더라도 '100만 원으로 한 달 생활'은 평균치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고령층 1인 가구를 포함한 통계청의 '2023 가계동향조사'에서도 60대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은 178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은퇴자들이 유튜브에서 '150만 원 생존 브이로그'를 올리기도 하지만, 이 역시 의식주에 필요한 최소 지출만을 반영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특히, 서울의 주거비는 1인 가구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천만 원 기준 77만 원에 달했으며,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86만 원, 용산구가 83만 원, 양천구가 81만 원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신축 다세대 원룸의 경우 월세가 1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고시원의 경우 일반 고시원은 월세 20만~40만 원 수준이지만, 중심권에 위치한 고급 고시원이나 프리미엄급은 60만~70만 원, 일부는 1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높은 주거비는 결국 일부 청년들이 '최소한의 생존'을 목표로 절약형 생활에 도전하게 만든 배경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여건 측면에서도 1인 가구의 상황은 여유롭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고 자산 규모도 작으며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 경제적 취약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청년층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이 월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실질적인 소비 여력을 제약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KB금융그룹의 '2024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서는 전국에 거주하는 25~59세 남녀 2천 명의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이 약 315만 원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생활비로는 약 126만 원가량이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통계청의 소비지출 통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조사 대상이 경제활동 인구로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수치입니다.
서울의 물가 수준을 다른 주요국 도시들과 비교하면 "월 100만 원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주장의 비현실성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서울은 국제적으로도 물가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 네티즌이 참여하는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도쿄 1인 가구의 월평균 총생활비는 약 31만 8천 엔(299만여 원)이며, 이 중 생활비가 14만 5천 엔(136만여 원), 임대료가 17만 2천 엔(161만여 원)을 차지했습니다.
일본 통계청과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도쿄에서 1인 가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월평균 소비지출은 약 15만 엔(141만여 원) 수준입니다.
도쿄 역시 고시원에 준하는 게스트하우스형 저가 주거지가 존재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시민 생활 기준을 고려하면 100만 원 이하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 등 글로벌 대도시의 경우는 평균 월 생활비가 2천 달러(272만여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됩니다.
이는 평균적인 식비, 교통비, 주거비, 보험, 통신, 공공요금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이런 점에서 서울에서 100만 원으로 한 달을 살 수 있다는 것은 해외 어느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생활'이라기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하한선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만의 문제라기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 수준의 지출이 그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처럼 서울에서 월 100만 원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특정한 조건과 극단적인 절약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매우 제한적인 경우입니다.
장기적인 생활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식은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비정상적인 생존형 절약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절약 전략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식 대신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 비중을 늘리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절약 방식입니다.
서울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를 활용하거나 월급의 50%를 생활비, 30%를 자아실현, 20%를 저축에 사용하는 '50-30-20 법칙'을 적용하는 재정관리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급여 수령 즉시 일정 금액을 자동 저축 계좌로 이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계획적인 소비 습관 형성에도 효과적입니다.
특히 서울처럼 주거비 부담이 큰 지역에서는 월세 소득공제와 같은 세제 혜택이나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청년 주거지원 정책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필요한 물건을 빌려 쓰거나 중고로 구입하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절약 습관을 들이는 것도 생활비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