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서 성소수자 수십만 명 행진…정부 금지 조치에 반발

헝가리 정부가 금지 행사로 지정한 성소수자 행진 '부다페스트 프라이드'가 28일(현지시간) 수십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이 행사를 주도한 프라이드 회장 빅토리아 라드바니는 AFP통신에 "18만∼20만 명이 참여 중인 것 같다"며 "부다페스트 프라이드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적이 없어서 정확한 추산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외신들은 부다페스트 시청에서 시작한 행진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고, '자유와 사랑은 금지될 수 없다'는 구호가 적힌 포스터를 내걸었습니다.

부다페스트 프라이드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매년 열리는 성소수자 권익 보호 행삽니다.

하지만, 올해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여당 피데스당이 성소수자 거리 행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불법 행사가 됐습니다.

따라서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주최자들은 최고 1년의 징역형을, 참가자들은 최대 500유로(약 8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습니다.

경찰은 얼굴 인식 기술로 참가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행진 경로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인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은 행진이 공식적인 시 행사이기 때문에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이에 힘을 실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행진하는 것은 유럽 내 기본적인 자유"라며 헝가리 당국에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허용을 촉구했습니다.

일부 EU 회원국 장관들과 유럽의회 의원들은 행진 참석을 예고했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전날 "경찰이 행진을 해산시키지는 않겠지만 참가자들은 법적인 결과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주최 측은 오히려 올해 역대 최고 참가자 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이들도 행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이스트반'이라고 소개한 70대 연금 수급자는 블룸버그통신에 "프라이드에 참석한 적이 없었지만, 정부가 이 행사를 금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며 "이는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