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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30년 벼른 '나니아 작전'…정보전 통해 성공

이란 테헤란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 지휘관과 과학자들의 이미지가 담긴 광고판을 지나가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 지휘관과 과학자들의 얼굴이 담긴 그림이 이란 테헤란에 걸려 있다.

이란 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들을 일거에 제거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이스라엘의 이란 급습 작전이 성공한 배경에는 30년에 걸친 치밀한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이뤄진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미국 전현직 군 당국자 18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격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던 이란 핵 과학자들을 대거 암살하는 작전은 당국자들 사이에서 '나니아 작전'이라는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이는 유명 판타지 소설인 '나니아 연대기'에서 따온 작전명으로, 그만큼 이 작전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비현실적인 목표로 여겨졌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13일 새벽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이란 핵 과학자들의 자택을 정확히 공격했고, 핵 과학자 9명을 거의 동시에 제거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공격의 표적으로 삼은 인물과 시설은 250개 이상으로, 이 가운데 인물 표적은 공격 첫날에 거의 다 제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와 별도로 '붉은 결혼식'으로 명명한 작전을 통해 이란군 최고 지휘관 수십 명을 사살했습니다.

'붉은 결혼식'이라는 작전명은 미국의 유명 TV 시리즈인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결혼식 학살 장면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이 당시 감행한 과감한 작전은 해외뿐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전의 기원은 무려 30년 전인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당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처음 인식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때부터 이란 내부에 광범위한 정보망 구축에 돌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란의 일부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 과학자들을 제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저지하기 위해서는 '두뇌' 역할을 하는 핵 과학자들을 일거에 제거하는 공중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 수천㎞ 떨어진 이란 내 표적을 일시에 정밀 타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목표였고,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2008년부터 10년 넘게 전투기 대대의 장거리 비행 훈련을 수 차례 수행해 왔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동시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스파이 네트워크는 이란군 핵심 인사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이란의 주요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드론 기지를 이란 영토 깊숙이 설치할 만큼 뿌리를 내렸습니다.

수많은 조건들이 맞아 떨어진 지난 9일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참모들은 나흘 뒤인 13일 새벽에 작전을 수행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당국자들은 전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을 앞두고 이란을 방심시키기 위해 아들 결혼식까지 활용해 치밀한 '연막' 작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13일부터 주말 동안 휴가를 떠난다고 밝혔으며, 이어지는 월요일인 16일에는 네타냐후 총리 차남의 결혼식이 예정돼 있어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아들의 결혼식을 연기할 생각이었지만, 그 계획을 결혼식 당사자인 아들과 자신의 부인에게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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