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유례없는 무력 충돌을 이어온 지 12일째인 24일(중동 현지시간 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휴전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22일 미국이 B-2 전략폭격기를 동원,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 폭격에 가담하며 정점을 찍었던 중동 위기가 극적인 휴전 합의 도출로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휴전 절차에 돌입하고서도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 합의를 위반했다고 이스라엘이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불안한 휴전'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미 동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기로 하는 완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썼습니다.
글이 올라온 시점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3일 오후 6시 2분, 이스라엘 시간 24일 오전 1시 2분(이란 시간 오전 1시 32분, 한국 시간 오전 7시 2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휴전 합의는 약 6시간 이내에 양국이 최종 작전 수행을 마친 후 이란의 12시간 휴전(공격행위 중단)과 이스라엘의 12시간 휴전으로 이어지는 '3단계 종전안'입니다.
결국 이란이 휴전이 돌입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후에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각 휴전 기간 상대측은 평화적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된다는 가정하에, 이란의 휴전 시작 시점으로부터 24시간 후 "전 세계는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전쟁'으로 불릴 이번 무력 충돌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전체 중동을 파괴하는 전쟁이 될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묻자 "무기한(unlimited)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란 국영방송은 휴전 발효를 보도하며 사실상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타스 통신은 이란 국가안보회의에서 이스라엘과의 휴전 합의가 발효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휴전이나 군사작전 중단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서도 "이스라엘이 테헤란 시간으로 늦어도 오전 4시까지 이란에 대한 '불법 침략'을 중단하면 이후 대응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양국 휴전안에 동의했다"며 "이스라엘은 핵과 탄도미사일이라는 즉각적이고 실존적인 위협 두 가지를 제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1시 10분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휴전이 지금 발효 중이다. 위반하지 않기를"이라고 썼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AP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안에 동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휴전 발효 이후 이란에서 탄도미사일 2기가 발사된 것을 감지해 요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테헤란 중심부의 정권 목표물에 대한 집중 공격으로 강력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한 이란의 공식 반응이나 이스라엘의 실제 행동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 매체는 휴전 발효 후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쐈다는 주장이 허위라고 보도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번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이 미 동부시간 기준 지난 12일(이란 현지시간 13일)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 등을 전격적으로 공습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던 와중에 미군이 지난 21일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 등으로 공격한 뒤 이틀만인 23일 이란은 카타르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공격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보복 공격 전에 공격 계획을 미국과 카타르 등에 알렸고 대상도 카타르의 미군기지로만 제한하는 등 수위를 조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SNS를 통해 이란이 미리 공격 계획을 알려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고,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미국과 이란 모두 확전을 피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현 단계에서 이스라엘-이란, 미국-이란 간 무력충돌이 일단락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파괴함으로써 이란의 핵무기 보유 시간표를 늦췄다는 점을 성과로 평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세에 몰렸던 이란은 이스라엘이 노리는 하메네이 정권 붕괴를 피하는 동시에, 이미 생산해 보유 중이던 고농축우라늄 등 이번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은 잔존 핵 역량이나마 지켜내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일 수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란이 핵무기 보유 의지를 접지 않는 한, 이란 핵문제를 둘러싸고 이번과 같은 충돌 소지는 상존할 것이기에 중동 상황이 안정화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