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이 계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평론가의 원고를 전시 도록에 싣지 않겠다고 결정해 '부적절한 검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미술인 수백 명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은 분관인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 지난 3월 6일 시작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 관련 도록을 위해 남웅 평론가에게 지난 1월 원고를 받았습니다.
남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미술평론상인 '세마-하나평론상' 2회 수상자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남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자신의 원고에 대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중립적이지 않다'며 도록에 실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평론가는 "중립을 운운하며 비평의 자리를 박탈하는 미술관의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은 '검열'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이달 초 동료 평론가들이 서울시립미술관의 처사에 항의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연대 성명에는 '세마-하나평론상'을 받은 평론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최초 문제 제기 이후 두 달여간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던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19일에서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관점을 이유로 원고를 배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전시 기획의 의도와 해석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며 평론가와 소통했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이 충분히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지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남 평론가가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중립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도록에 싣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맞는지 묻는 SBS의 질의에,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문 외에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12월 발간 예정인 전시 도록은 남웅 평론가의 원고를 비롯해 이후 발표된 성명, 논평, 언론 보도와 다양한 비평적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담아내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같은 미술관의 해명에 예술인들은 재차 반발하고 있습니다.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는 지난 20일 '예술과 비평의 검열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예술인 연대는 "미술관의 입장문을 통해 미술관이 검열해 놓고도 입장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검열을 '소통의 오해'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언제라도 기준 없는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성명에는 700명이 넘는 작가와 기획자, 평론가들이 연대 서명했습니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