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광주 남구 진월동 제석산 구름다리 아래로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오명을 벗으려면 원초적으로 차단하는 방법 말고는 없지 않나요. 구름다리를 철거하든, 출입 자체를 막든…."
광주 남구 진월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대책에도 속수무책으로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불안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2개의 산등성이를 이어 1999년부터 지역 대표 산책로로 이름을 알렸지만,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17년부터 지금까지 7명이 이곳에서 떨어져 사망하면서 한때 명성이 오명으로 뒤바뀌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사흘 전만 해도 이곳에서 스스로 떨어진 한 주민이 산 중턱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37m 높이의 구름다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추락 사고를 걱정했습니다.
사고를 막기 위해 구름다리에는 2m 높이 철제 울타리가 오래전부터 설치돼 있었지만, 안전시설의 역할과 기능을 하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산책로 초입에 "힘내라"는 위로 문구와 상담센터 전화번호가 적힌 푯말 서너 개가 설치돼 있었는데, 추락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어 보였습니다.
맨발로 구름다리를 지나던 진 모(71) 씨는 "구름다리로 오기 위해서는 10여 분간 산책로를 따라 올라와야 한다"며 "울타리를 넘고자 마음먹는 사람에게는 효용이 없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전 대책에도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면 불편을 감내하더라도 철거해야 한다는 주민 의견도 있었습니다.
산책하던 김 모(50) 씨는 "울타리 높이를 아무리 높여도 사다리를 가져오거나 밧줄을 이용하면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산책보다는 사람부터 살려야 하므로 차라리 출입을 허용하지 않거나 철거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에만 3번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남구의 고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추락 사고가 발생해 울타리 높이를 기존 1.2m에서 2m로 높여 보완했지만, 사고는 끊이질 않았고 구름다리 아래에 추락 방지용 그물망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구름다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원통형 덮개를 설치하거나 재차 울타리 높이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했는데, 경관을 해친다는 민원과 추가 안전시설의 하중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광주 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추락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차단하는 것 말고는 없다"며 "출입 제한·철거 등의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고를 막을 뾰족한 묘수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