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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한국 건물 '관월당', 100년 만에 돌아왔다

비운의 한국 건물 '관월당', 100년 만에 돌아왔다
▲ 일본 고토쿠인에 있었던 관월당 건물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100년 넘게 쓸쓸히 있었던 한국 건축물 관월당이 돌아왔습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의 사찰 고토쿠인과 약정을 체결해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고토쿠인 측은 관월당 건물을 보존·복원하기 위해 지난해 해체했고,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기와, 석재, 목재 등 각 부재를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이송했습니다.

일제강점기 1920년대에 일본인에게 건물이 넘어간 지 약 100년 만의 '귀환'입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 건물 전체가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내 정원 산책로에서 찾은 경복궁 자선당의 유구 110t 분량이 1995년 국내로 반환됐지만, 대부분 기단과 주춧돌 등 석재였습니다.

관월당은 조선 왕실과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로 1920년대 일본인에게 넘어가 '비운의 운명'을 겪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고토쿠인 측은 "1924년 일본의 기업가 스기노 기세이가 도쿄 메구로 자택에 있던 것을 옮겨 사찰에 기증했다"고 설명해왔습니다.

학계 안팎에서는 조선 왕실이 돈을 빌리면서 관월당 건물을 담보로 잡혔고, 이후 조선식산은행이 재정난으로 융자받을 때 스기노 기세이에 증여됐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관월당이 궁궐, 즉 경복궁에 있었던 건물이란 견해도 있지만 정확한 위치나 건물 용도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진 바 없습니다.

그간의 조사·연구 성과를 종합해 관월당은 18∼19세기 조선 왕실과 관련한 사당 건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습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건물은 정면 3칸 규모의 맞배지붕 형태로, 건축학적으로 보면 대군급 왕실 사당 규모에 해당하고, 다채로운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어 높은 위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관월당은 한 차례 '실패'를 겪고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돼 의미가 큽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010년 일한불교교류협회 측과 관월당 건물을 한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협의가 중단됐습니다.

이번에 기증 의사를 밝힌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는 건물을 해체하고 부재를 옮겨오는 비용까지 자비로 부담하면서 협조했습니다.

고토쿠인 측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자는 뜻을 밝히며 별도 기금을 마련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지난 100년간 고토쿠인에서 있었던 역사적 의미와 가치도 기억하면서 한국 내 적절한 장소에서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문화유산을 매개로 상호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실현한 모범적 사례"라며 "한일 양국의 문화적 연대와 미래지향적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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