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 작가는 80이 넘은 나이에도 실험정신이 돋보입니다. 회화와 조각, 설치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각자의 기억 속 이미지를 환기시킵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 8월 2일까지 / 타데우스 로팍]
안개인 듯 공기의 흐름인 듯 연한 무채색의 붓질과 알 수 없는 짙은 선만 존재합니다.
그림에 대한 해석은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각자 자기가 섬에서 했던 개인적인 경험이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겁니다.
사슴이나 소 같은 구체적인 대상을 그리면서도 형체나 테두리만을 표현해서 각자 스스로 생각하도록 합니다.
'그려지는 그림'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이강소/작가 : 제 그림이 어벙합니다. 적당하게 덜 그리고 적당하게 실수했을 때, 보는 사람마다 그 그림을 상상으로 상상하게.]
여러 장의 덩어리들이 쌓여 있는 조각 작품에서도 작가의 인위적인 의지는 배제됩니다.
스스로 만들어지는 조각입니다.
[이강소/작가 : 역사적으로 보면 던지는 조각이 없어요, 자기 손을 떠나서. 서양 조각 전부 손에서 끝나요. 그러니까 자기 의지를 남한테 전가시키는.]
설치작품 팔진도는 삼국지 제갈공명의 진법에서 영감을 받아 돌과 나무, 벽돌 등을 솟아오른 산맥들처럼 배치했습니다.
관람객들이 그 사이를 걸으며 저마다의 동선을 찾는 작품입니다.
공간의 개념이 더해진 겁니다.
[김혜나/타데우스 로팍 전시팀장 : 같은 작품이라도 같은 사람이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자기가 어떤 경험을 한 뒤에 보는지에 따라서 그 경험이 좀 달라지고, 그 해석의 여지가 작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있다는 것.]
오는 9월 파리에서 예정된 전시에서는 살아 있는 닭이 돌아다닌 흔적으로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던 1975년 파리 비엔날레 작품을 그대로 재연할 예정입니다.
(영상편집 : 박나영,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