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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국' 클래스? "혜택과 존중이 기본"…선순환 일으키는 미군 복지 [스프]

[여기는 D.C.] 남승모 워싱턴 특파원

여기는 DC
 

지구 저편엔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깊이 있고 생생한 글로벌 지식뉴스를 전해드립니다.
 

남승모 특파원 : 여기는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미군 육군 부대입니다. 이희호 모병관님, 송경진 모병관님 함께 얘기 나누기 위해서 자리 마련했습니다. 한국은 징병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한 번쯤 거쳐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미국은 선택해서 오는 곳이잖아요. 미국에서 군인이 된다는 것.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송경진 모병관 : 첫째로 나이가 있습니다. 미군 입대 나이는 만 17세부터 34세까지고, 만 35세부터 42세까지는 추가적으로 웨이버(Waiver · 면책) 진행하면 되고, 학력도 봅니다. 고등학교 이상 학위 소지자나 검정고시 합격자, 장교 지원 시 4년제 대학교 졸업자.

범죄 기록도 조회해서 도덕적으로 괜찮으신 분인지도 판단하고요. 신체검사를 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도 판별합니다. 종합적으로 그런 자격 조건을 따져보고요.

입대 시험은 10가지 과목이 있습니다. 영어랑 수학을 기초로 보고 추가적으로 전기나 정비, 도형 관련된 것도 봅니다. 통과 점수는 31점이고 백분율로 환산했을 때 상위 70%고요.
* ASVAB(Armed Services Vocational Aptitude Battery) : 미군 사병 입대 시험

여러 가지 절차들을 통해서 본인이 원하시는 직업을 선택을 하셔서 계약을 하고 입대하게 되어있습니다.


미군 입대하면 시민권? 카투사 특채 가능?
남승모 특파원 : 미국에서 병역을 하면 영주권, 시민권 등을 줬다고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도 유지되나요? 바뀌었습니까?

이희호 모병관 : 현재 영주권자부터 입대가 가능하거든요. 영주권자는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사이에 시민권이 나오는 분이 많고, 영주권을 주거나 이런 거는 전혀 없어요.

남승모 특파원 : 예전에 운영되던 매브니(MAVNI) 제도는?
* MAVNI : 외국인이 입대 시 미 시민권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희호 모병관 : 더 이상은 없고 영주권자 이상만 지원할 수 있어요. 그 외에 다른 비자로는 입대하실 수 없고요.

남승모 특파원 : 카투사 하다가 미군으로 입대하는 건 안 되는지?

이희호 모병관 : 카투사가 영주권자일 경우 입대할 수는 있는데, 특채로 뽑혀서 미군이 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미 육군, 150개 직무 중 고른다… 100배 활용법
남승모 특파원 : 좋은 자원이 입대할 수 있게 설득할 때 노하우는?

이희호 모병관 : 물론 학비 지원이나 메디케어(공공의료보장)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도 많거든요. 군에서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 제공되는 혜택도 많이 말씀드리고요.

육군이 150가지 정도의 직업이 있어요. 군에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민간인 생활을 할 때도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더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그런 걸 좀 많이 설명해 드리는 편이에요.

입대 시험 최소 통과 점수는 31점이지만 높은 점수를 받으면 더 많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그리고 메디컬이나 IT, 군경찰, 물류, 군종, 정보과 등 다양한 직업들이 있거든요. 점수만 높게 받으면 좋은 직업으로 가이드해드리고, 입대 계약 전에 좋은 직업을 선택해서 갈 수 있습니다.

남승모 특파원 : 육군 기준으로 훈련 기간이 어떻게 됩니까?

이희호 모병관 : 기본 군사 훈련은 9주 4일 정도 되고, 끝나고 나면 바로 후반기 교육이라고 직업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짧은 직업 교육은 6주, 긴 것은 56주까지도 되는 훈련 기간이 있습니다. 그게 끝나고 나면 보통 첫 자대에 배치를 받고 근무하게 됩니다.


사병 입대하면 모두 이등병? 부사관 지원은?
남승모 특파원 : 18개월 정도 근무했다면 급여가 어느 정도 되나요? 집값은 빼고요.

송경진 모병관 : 입대할 때 계급에 따라...

남승모 특파원 : 입대할 때 계급도 다 처음부터 동일한 게 아니에요?

송경진 모병관 : 그렇죠. 고등학교 졸업장 가진 분은 E-1(훈련병)으로 입대하는데 입대 전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잘 따라오시면 E-3 일병으로 입대가 가능해요. 전문학사 학위로 입대하면 E-3 일병으로 입대가 가능한데 일병 월급이 월급만 약 2천7백 달러, 학사학위 소지자 이상은 E-4 상병으로 입대가 가능하고, 월급 3천 달러 정도. 매년, 연차마다, 호봉 수마다 올라갑니다.

남승모 특파원 : 급여는 물론 징병제와 모병제의 차이기는 하겠으나 한국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미군은 부사관을 따로 뽑는 제도가 없는 거죠?

송경진 모병관 : 없습니다.

이희호 모병관 : 일반 사병으로 일단 입대하고, Time in Service나 Time in Grade를 통한 부사관 학교도 가야 되고, 프로모션 포인트가 쌓이면 면접도 보고 그 후에 진급이 가능합니다.
* Time in Service : 군 복무 기간 전체
* Time in Grade : 현재 계급에서 복무한 기간
* Promotion Points : 진급 대상자의 능력, 자격, 성과 등을 수치화한 점수

남승모 특파원 : 특히나 한인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사병으로 입대를 해서 일정 기간 지내서 Sergeant까지 올라가는지 아닌지는 좀 불분명한데, 그러다가 그냥 장교로 임관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길이 자유롭습니까?
* Sergeant (E-5) : 하사급 부사관

송경진 모병관 : 자격 조건이 되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보고요. 특히 한인 분들 많이들 지원하셔서 저도 많이 봤습니다. 한국 분들뿐만 아니고 인종 상관없이 많이 하셔서, 훌륭한 군인들을 활용해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잘 되어 있어요.
[여기는 D.C.]

OCS(Officer Candidate School)라고 저희가 부르는, 한국에도 OCS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거라든가. 학사학위가 없어도 학비 혜택을 활용해서 조건부 계약 해지를 해서 대학교에 보내줘요, ROTC처럼. 생활비도 주고. 다 끝나고 장교로 다시 임관하는 조건부죠. 갔다가 오는 느낌. 그런 프로그램도 잘 돼 있어요.


미군, 파병 참전 기준은? 지원도 받나
남승모 특파원 : 군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전쟁을 예비하는 집단 아니겠습니까? 미국 본토 내에서 전쟁이 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파병일 텐데, 자기가 지원해서 가나요? 아니면 소속된 부대가 가나요?

송경진 모병관 : 어떤 나라 군인이든 목적은 우리나라의 전쟁 관련된 일에서 동원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훈련을 하는 거고요. 대부분의 파병은 부대가 가면 가는 겁니다. 부대가 가게 되면 인원을 추려서 가게 됩니다. 다시 한번 신체검사를 하게 되어 있죠. 각 직업마다 재교육을 하고 맞춰서 가죠.

남승모 특파원 : 이 모병관님은 아프간을 무려 세 차례나 다녀오셨다고?

이희호 모병관 : 세 번 갔다 왔습니다. 가족과 떨어지거나 완전 다른 나라에 가게 되는 환경 변화 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살면서 언제 이런 나라를 가볼까, 이런 장비들을 만져볼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송경진 모병관 :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거기도 사람 사는 데고 많은 게 갖춰져 있습니다. 생활 편의적인 부분, 심지어 군인들이 전투나 작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따로 빨래를 해 주는 서비스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값진 시간이지 않았나.


'천조국' 클래스…미 육군 복지 혜택은?
남승모 특파원 : 흔히 말하는 '천조국' 미국의 군 복지. 아무래도 모병관이시다 보니까 이 부분을 상당히 많이 어필하실 것 같아요. 지원자들이 가장 혹하는 지원 체계나 혜택은?

송경진 모병관 : 가장 큰 건 학비가 있는데, 제가 아는 친구는 입대 전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전문학사 받은 후, 현역 끝나고 USC라는 사립학교 있습니다. 당시 학비 5만 2천 달러의 반은 군대에서 내주고, 반은 옐로우 리본 프로그램이라는 Veteran(재향 군인)들을 위한 재단에서 학비가 다 충당이 되고, 생활비가 한 달에 3천 달러씩 나왔어요. 학교 졸업할 때까지.

미국에는 학교를 가고 싶어도 학비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이 쉽게 해결되면서 빨리 학교 마치고 자리 잡을 수 있는 게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남승모 특파원 : 아무래도 빼놓을 수 없는 게 의료 제도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야 건강보험이 국가에서 전반적으로 적용되지만 미국 같은 경우에는 병원 못 간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이희호 모병관 : 트라이케어라는 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인뿐 아니라 직계 가족도 병원비가 커버되기 때문에, 제가 결혼하고 자녀도 있지만 병원비를 걱정해서 병원을 못 가고 약을 못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 트라이케어 (Tricare) : 미군 의료보험

남승모 특파원 : 그 외에도 집값 지원이라든가, 심지어 일괄적인 게 아니라 사는 지역에 따라서 집값을 차등 지원한다고 하는데 급여를 여쭤봐도 되나요?

송경진 모병관 : 저는 파이낸스(재무 주특기 병사) 출신이라서 말씀드리면, 거주지에 따라 수당이 차등 지급되고, 계급, 몇 년 차 정도 됐냐, 부양자 유무에 따라 측정됩니다. 예를 들면 메릴랜드는 Military Dependent가 있는 분은 4천 달러 정도, 뉴욕에 가면 5천 달러 정도 받고 이런 식이에요.
* Military Dependent : 군인에 의해 법적으로 부양되고 있는 가족 구성원

군대에서 책임져 주는 게 2개가 있어요. 집, 먹는 거. 식비 수당은 사병은 480달러 가까이 나오고, 장교는 300달러. 식비 수당은 장교가 좀 더 적어요. 그 대신 집값은 지역마다 다르고, 계급이나 부양자 유무에 따라 다르겠습니다.


은퇴 후 복지도 '빵빵'... 모병제 선순환의 열쇠
남승모 특파원 : 미국은 전역을 해도 계속 이어지는 혜택들이 상당히 많다고요.

이희호 모병관 : 군 생활을 20년 하면 퇴직금도 받을 수 있고, 전역하는 순간부터 받던 월급의 50%를 평생 지원합니다. 또 군 경력을 통해서 군부대 안에서 일을 하시거나 정부에서 직업을 가지거나 할 수가 있어서.

송경진 모병관 : 커리어가 끊기지 않는 거죠. 그래서 군무원으로 취업하는 분들, 미군 복무를 하다가 모병 관련 병무청 직원이 된다든가 Veterans Affairs에서 일하거나. 파이낸스 하셨던 분운 국세청 취업하는 분도 많고.
* Veterans Affairs : 미 퇴역 군인들을 위한 연방 정부 기관

남승모 특파원 : 재취업의 길이 상당히 넓군요.

송경진 모병관 : 많이 열려 있고 많이들 재향 군인들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남승모 특파원 : 내가 지원했고, 그에 대해 시민들이 인정해 주니까 모병이 더 잘 되고. 선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기는 D.C.]

송경진 모병관 : 미국 사회에 의도된 사회 현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런 혜택이나 존중 없이 누가 선뜻 나서서 복무를 하겠습니까? '사람도 본인이 쓰임이 있는 데, 알아주는 데를 찾아간다' 그런 말이 있듯이. 혜택 때문에 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고 사회 풍토에 자리 잡음으로써 계속 사람들이 지원을 하고 그런 것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인 모병관' 그들이 전하고 싶은 말
남승모 특파원 : 모병관이시니까 군 입대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에게 '이런 점에서 군인 한번 해볼 만하다'라면?

송경진 모병관 : 입대하면서 저만의 이민자로서 정체성을 찾고 싶은 거예요.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이민 생활.' 처음 입대했을 때 ASVAB 시험 31점이 통과인데 30점 맞았어요. 통과를 못한 거죠. 그런데 외국 출신은 훈련소 가기 전에 영어 학교 먼저 보내주는 거예요. 한 달 동안 공부해서 97점. 열심히 노력해서 파이낸스라는 괜찮은 직업 잡아서 군 생활을 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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