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서 유조선 충돌…이란 전파 방해에 GPS 교란됐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로 중동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앞 바다이자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두 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새벽 0시 15분 아랍에미리트(UAE) 연안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 소유의 대형 유조선 프론트이글호와 소형 유조선인 아달린호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충돌로 인해 두 배의 갑판 등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곧 진압됐으며, UAE 해상 구조대는 아달린호에 탑승한 선원 24명을 전원 구조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론트라인 측도 선원들이 모두 안전한 상태라고 확인했으며 기름 유출 피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프론트라인은 사고에 대해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아직 외부의 개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 이후 이란 인근에 전파 방해로 인한 선박의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이번 사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고 선박인 프론트이글호는 사고 전날부터 해상 GPS 시스템에서 수십㎞ 거리를 순간 이동하는 등 이상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프론트이글호가 이러한 GPS 상에서 이상 움직임을 보인 지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파 방해가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캠벨대의 해양 역사가인 살 메르콜리아노는 FT에 프론트이글호가 사고 직전 아달린호를 향해 방향을 틀다가 충돌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GPS 교란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메르콜리아노는 GPS 교란이 배의 자동 조종 장치 운항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 "누군가가 이 지역에서 GPS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선박 위치 송출 장치) 등을 가지고 놀고 있다면 배들은 GPS에 의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이란 인근 해상에서 이러한 GPS 이상 신호를 보인 선박은 프론트이글호 만이 아닙니다.

FT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및 항공기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수백 척의 배가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육지 위에 있는 것처럼 잡히는 등 이상 신호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중동 지역 선박에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미군 주도의 다국적 연합인 합동해상정보센터(JMIC) 측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이란의 반다르 아바스 항구로부터 '극심한' 전파 방해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들에 레이더나 시각적 관측을 통해 운항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드론 감시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국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대규모 전파 방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인근을 지나는 선박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전자전 전문가인 토머스 위팅턴은 이란이 이러한 전파 방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경우 그 신호가 매우 강력해 민간 선박의 GPS 수신기나 휴대전화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