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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M' 주디 덴치처럼…첩보요원 출신 영국 MI6 첫 여성 국장

007 'M' 주디 덴치처럼…첩보요원 출신 영국 MI6 첫 여성 국장
▲ 블레이즈 메트러웰리 MI6 신임국장

영국의 대외정보기관 비밀정보국(MI6) 116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 탄생했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5일(현지시간) M16 차기 수장으로 블레이즈 메트러웰리(47)를 지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 정보서비스 업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이뤄진 역사적 임명"이라며 "영국은 전례 없는 규모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국내 부문 보안국(MI5)에서는 역대 수장 중 2명이 여성이었고 2023년 5월 취임한 정부통신본부(GCHQ)의 수장 앤 키스트-버틀러도 여성이지만, MI6의 국장 자리를 여성이 맡는 것은 처음입니다.

영국의 대표적 첩보 영화 '007' 시리즈에서 배우 주디 덴치가 맡아 제임스 본드에게 임무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MI6 국장 'M'은 MI5 최초의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을 모델로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메트러웰리는 26년간 MI6와 국내 담당 보안국(MI5)에서 현장작전 요원 및 정보 관리로 활동한 내부 인사로, 올해 11월에 5년 만에 물러나는 로버트 무어 국장이 주튀르키예 대사로만 4년 가까이 지낸 외교관 출신인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메트러웰리는 코드명 'Q'(Quartermaster)로 불리는 MI6 내 기술분야 총괄 책임을 맡았다가 'C'(Chief)로 불리는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케임브리지대 사회인류학 전공으로 졸업 후 1999년 MI6에 합류한 그는 전쟁 지역을 포함, 중동과 유럽에서 광범위한 임무를 맡았으며 아랍어에 능통한 중동 전문가로 평가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2년 신원 보호를 위해 '에이다'라는 가명으로 메트러웰리를 인터뷰한 적 있는데 당시 그는 어릴 적부터 늘 스파이를 꿈꿨다고 말했으며 졸업 후 외무부에 지원했다가 MI6가 더 잘 맞는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했습니다.

20년간 MI6에서 작전 임무를 맡다가 MI5로 옮겨 일하던 시절에는 'K'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는 부서를 이끌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 이란과 같은 적성국의 위협, 사이버 공격 대응 등을 감시하는 자리입니다.

전체 인원수조차 공개되지 않은 MI6 조직에서 'C'는 유일하게 이름과 얼굴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영국 매체들은 지난달부터 최종 후보가 전원 여성이라며 최초의 여성 국장 탄생을 예고했는데, 정보기관 경험이 없는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와 함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MI6 내부 인사가 후보라고 보도했습니다.

메트러웰리는 2022년 FT와 인터뷰에서 "어렵고, 때로는 위험한 현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심리적 탄력성을 키워야 했다"며 "특이한 장소에서 특이한 것들을 겪어왔고 직접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려운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여성 정보 요원으로서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영역'으로 대우받곤 했고 정보원들과 공통점을 찾아내는 등 여성으로서 유리한 점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게는 자녀가 2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MI5 'K' 부서장 시절인 2021년 텔레그래프와 가명으로 한 인터뷰에서 대중매체 속 여성 스파이가 심리적으로 문제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아이들이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정관념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자녀들에게 자신이 공무원이라고만 했지만 엄마가 정보 요원인 것으로 추측하고 나름의 '첩보 작전'을 펼치며 추궁하자 털어놓게 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찰스 3세 국왕에게 외교 정책 관련 공공 봉사에 헌신한 공로로 '성미카엘과 성조지'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는 "내가 속한 조직을 이끌게 되어 자랑스럽고 영광"이라며 "MI6는 영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해외에서 영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있어 MI5 및 GCHQ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MI6는 한때 이스라엘 모사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소규모 정보 수집 기관으로 평가받았지만, 영국의 다른 정보기관 GCHQ가 대량 정보를 수집하는 시대를 맞아 고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일간 더타임스는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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