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충현 씨가 원청업체 직원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은 걸로 보이는 메신저 대화가 공개됐습니다. 원청 업체는 그동안 작업 지시가 없었다고 했는데, 사고 대책위원회는 불법 파견 정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덕기 기자입니다.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2차 하청업체 노동자 고 김충현 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메신저 대화입니다.
김 씨가 밸브 표면을 다듬는 작업이 끝났다며 사진을 보내자, 원청업체인 한전KPS 직원이 "애썼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이 대화는 지난 2일 김 씨가 숨지기 1시간 10여 분 전쯤 오갔습니다.
고 김충현 씨 작업 관련 일지에 감독자 서명란에는 이 대화를 주고받은 한전KPS 직원의 이름이 적혀 있고, 김 씨가 보낸 사진은 일지 속 작업 내용과 동일합니다.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작업 지시를 받은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용 관계가 없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면 불법 파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숨진 김충현 씨와 한전KPS 직원 사이에서 오간 이런 작업 관련 사진과 대화는 이번에 공개된 것만 5월에 4일 치가 있습니다.
사고 당일 한전KPS는 작업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사고대책위는 훨씬 많은 작업 관련 대화가 오갔을 거로 추정하고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철희 분회장/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조합 : 한전KPS 직원들이 지위를 막론하고 (작업) 부탁을 하는 형식이어서요. 빈도수만 다를 뿐이고요.]
불법 파견 의혹과 관련해 한전KPS는 "진행 중인 관계 기관 조사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 김충현 씨 사인은 '다발성 골절'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소견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이종정·박소연, 화면제공 :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