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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어" 눈앞에서 날아간 수억 원…'퍼팅은 돈이다' [스프]

[별별스포츠+] 60cm에서 6퍼트…'드라이브 샷은 쇼이고 퍼팅은 돈이다'

퍼팅

세계 스포츠사를 수놓았던 명승부와 사건, 인물, 교훈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별별스포츠+', 역사와 정치마저 아우르는 맥락 있는 스포츠 이야기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샷은 쇼이고 퍼팅은 돈이다.' 골프의 명언입니다. 300m를 날리는 드라이브 샷도 1타이고 30cm 짧은 퍼트도 1타이기 때문입니다. '퍼팅이 바로 돈이다'라는 것은 그만큼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인데요, 골프 중계를 보다 보면 1m도 안 되는 짧은 퍼트를 놓쳐 우승을 놓치면서 수억 원의 상금까지 날리는 것을 허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골프 역사상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참사를 겪은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사상 최단 8cm 퍼트 놓친 토니 피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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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토니 피나우는 PGA 투어(미국 프로골프투어)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선수로 장타자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지난 3월 30일 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 3라운드에서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당시 세계랭킹 32위이던 그는 파3 홀인 15번 홀에서 약 1m 파 퍼트를 남기고 있었는데 이 퍼트가 홀 왼쪽 끝을 맞고 튀어나와 홀 옆에 섰습니다. 거리는 8㎝가량.

피나우는 실망한 듯 걸어가며 한 손으로 공을 툭 쳐 홀에 넣으려 했는데, 살짝 뒤땅을 치는 바람에 공을 홀까지 절반도 보내지 못했습니다. 미국 프로골프 역사상 가장 짧은 퍼트를 놓친 것입니다. 결국 피나우는 1m에서 3퍼트를 하면서 더블 보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첫 라운드 첫 홀에서 6퍼트로 망친 '빅 이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니 엘스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스타입니다. 별명은 '빅 이지'(Big Easy). 190cm의 거구인데도 스윙이 무척 부드러워 생긴 별명입니다. 미국과 유럽 투어에서 47회나 우승한 선수로 메이저대회인 US오픈 2회, 브리티시오픈 2회 우승에 빛나는 '황태자'였습니다.

그런데 2016년 마스터스에서 정말 쇼킹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마스터스가 어떤 대회입니까? '명인열전',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불리는 꿈의 무대. 어니 엘스도 누구보다 '그린 재킷'을 입고 싶어 했는데요, 그 꿈은 첫 라운드에서 바로 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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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파4 첫 번째 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회를 시작하자마자 망친 것인데요, 엘스는 약 60㎝의 파 퍼트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그린이 '유리알 그린'이라 불릴 만큼 빠른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쉽게 넣을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첫 퍼트가 왼쪽으로 흘러 30cm 남았는데요, 허탈감 속에 친 두 번째 퍼트도 빗나갔고 세 번째 퍼트도 왼쪽으로 흘렀습니다. 엘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는데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네 번째 퍼트에 나섰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빠졌습니다.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 엘스는 한 뼘 거리에서 한 손으로 툭 쳤지만 역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60cm 안에서 퍼트만 6번을 했습니다. 엘스는 이 홀에서만 9타를 적어내며 이름도 생소한 '퀸튜플 보기'를 기록했습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그는 "퍼트를 아무리 해도 안 되니 나중에는 웃음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중단할 수도 없고… 뇌 이식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1번 홀 5 오버 파 기록은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 사상 최다 타수 기록입니다. 결국 엘스는 8 오버 파 80타, 하위권으로 1라운드를 마쳤는데 지금까지도 마스터스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0cm 파 퍼트 놓쳐 마스터스 우승 놓친 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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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 엘스는 첫날 무너져 우승과는 상관이 없었는데,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에서 짧은 퍼트를 어이없이 연이어 놓쳐 다 잡았던 우승을 못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린 재킷' 문전까지 갔다가 끝내 챔피언이 되지 못한 선수가 여러 명 있었지만 이 선수만큼 뼈가 아프지는 않았을 겁니다. 바로 스코트 호크입니다.

그는 1989년 마스터스 대회 마지막 라운드 17번 홀에서 1.5m 파 퍼트를 넣지 못해 결국 연장전으로 끌려갔습니다. 연장전 상대는 '스윙 머신'이라는 불리는 영국의 닉 팔도. 호크는 플레이오프 첫 번째 홀인 10번 홀에서 50cm 파 퍼트를 놓쳤습니다. 넣었으면 우승인데 넣지 못해 땅을 쳤습니다. 다음 홀인 11번 홀에서 닉 팔도는 거의 10m나 되는 긴 버디 퍼트를 넣고 환호했습니다. 팔도는 마스터스에서 3회 우승했는데 이때가 첫 우승이었습니다. 그는 이 홀에서 1~4라운드 모두 보기를 했는데 연장전에서는 극적인 버디를 잡아냈습니다. 결국 호크로서는 연장 첫 홀이 너무 아쉬웠는데 올해 만 70세인 그는 마스터스는 물론 메이저 대회 우승 한번을 못했습니다.


30cm 퍼트 실패해 메이저 우승 놓친 김인경
한국 선수 가운데 짧은 퍼트에 실패해 통한의 순간을 맛본 대표적인 골퍼는 단연 미국 여자 프로골프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서 날린 김인경 선수입니다. 이제 13년이나 지났는데도 지금도 이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2012년 4월 미국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김인경은 마지막 홀에서 30cm 우승 퍼트를 남기고 있었는데 공이 그만 홀을 돌아 나오고 말았습니다. 김인경 본인은 물론 중계진, 많은 갤러리가 도저히 믿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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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영과 동타를 허용한 김인경은 연장전으로 끌려갔는데 유선영은 파5,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핀 4m에 올린 뒤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과 통산 2승째를 품에 안았습니다. 유선영은 대회 전통에 따라 캐디와 함께 18번 홀 그린 옆 연못에 시원하게 몸을 던졌는데 김인경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승 상금 30만 달러도 날아갔습니다. 해외 언론도 골프 역사상 가장 뼈아픈 실수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인경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당신을 비롯해 사람들은 언젠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것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메이저 한을 메이저 우승으로 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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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충격을 받은 김인경은 5년 뒤 메이저대회의 한을 메이저 우승으로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2017년 8월 브리티시 오픈에서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퀸에 오르며 악몽을 완전히 털어낸 것입니다. 김인경은 5년 전 깊은 상처를 씻기 위해,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습니다. 악기 연주와 춤, 노래, 독서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냈고,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으로 160cm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했습니다.

4년 뒤인 2016년 10월, 6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인경은 2017년 들어, 메이저 우승 포함 두 달 사이에 3승을 몰아치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습니다. 김인경은 2017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직후 "그냥 비 온 뒤 무지개 뜬 느낌?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이런 날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드물지만 퍼팅에서 반칙을 저지른 유명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악동' 존 댈리는 자신의 퍼트가 그린의 경사를 타고 내려가자 움직이는 공을 툭 치는 행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오랜 라이벌이었던 필 미켈슨도 믿기 힘든 추태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는 PGA 투어 45승 등 총 57회 우승에 메이저 6승(마스터스 3회, PGA 챔피언십 2회, 브리티시오픈 1회)을 자랑하는 스타입니다. 하지만 그는 유독 US오픈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준우승만 무려 6번이나 한 것입니다. US오픈 우승컵만 들어 올리면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데 US오픈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혔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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