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밀밭까지 일군 성심당…황금빛 첫 수확에 '설렘 가득'

초여름 뙤약볕 아래 황금빛 밀밭이 반짝입니다.

바람에 따라 출렁이는 금빛 물결로 장관을 이룬 이곳은 대전 유성구 교촌동에 조성된 성심당 소유 밀밭입니다.

1956년 원조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이 69년 만에 대전에 밀밭을 일궈냈습니다.

성심당은 12일 오전 2만 3천140㎡(약 7천 평) 규모 부지 일원을 가득 채운 다 자란 밀의 첫 수확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 농촌진흥청·대전시 농업기술센터와 손잡고 국산 밀을 파종한 지 8개월 만입니다.

밑동 밭이었던 게 어느새 허리춤까지 자랐습니다.

이날 밀 수확을 앞둔 성심당 임원진과 직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첫 수확 현장을 직접 보러 온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시민들은 드넓고 이국적인 밀밭의 풍경에 감탄하며 연신 카메라 촬영 버튼을 눌렀습니다.

까슬까슬한 밀을 손바닥으로 훑으며 촉감을 느껴보거나, 밀밭에 놓인 '성심당' 글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대전 토박이인 이 모(73) 씨는 "지역 자랑인 성심당에서 대전에 넓은 밀밭을 조성했다고 하니까 너무 오고 싶었다"며 "밀밭이 어딘지 계속 찾다가 딸과 함께 와봤는데, 정말 멋지고 감격스럽다"고 전했습니다.

직원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정오쯤부터 수확이 시작되자 더위와 함께 그간의 노고도 시원하게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콤바인 기계가 지나간 자리마다 밀이 싹둑 잘려 나갔습니다.

잘려 나간 밀밭 위로 첫 도전의 수확을 맛본 이들의 벅찬 감정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날 성심당 밀밭에서는 두 품종의 밀을 수확했습니다.

백강 밀과 황금알 밀로, 국립종자원에서 개량한 좋은 품종의 국산 밀 가운데 두 종자를 나눠 심은 것입니다.

국립식량과학원 이정희 맥류작물과장은 "백강·황금알 밀은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제빵용으로 좋은 품종"이라며 "국내 밀 재배가 많은 전라도에 비해 (대전은) 북쪽이라 추위를 견디는 성질이 강한 품종인 특징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수확한 밀은 건조 작업을 거쳐 제분 과정까지 이뤄져야 제빵에 쓸 수 있는 밀가루로 만들어집니다.

처음 수확한 밀인 만큼 성심당은 빵으로 만들 수 있는지 테스트를 거쳐 이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한 앞으로 메밀과 국산 팥 재배로도 확대하고, 성심당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밀밭 체험 행사와도 연계할 계획입니다.

성심당 관계자는 "대전 관내에서 수확한 우리 밀인 만큼 이를 활용해 특화할 수 있는 빵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도심권에 있어 농업과 식품·관광·문화가 융복합한 외식 문화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메밀과 국산 팥도 재배해 제품화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