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시간 11일 워싱턴DC 케네디센터 찾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지 시간 11일 저녁 뮤지컬 '레미제라블' 관람을 위해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워싱턴DC 케네디센터를 찾아 레드카펫에 섰습니다.
검정 턱시도 차림에 나비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공연 전 레드카펫에 서서 검정 원피스를 입은 멜라니아 여사의 손을 잡은 채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 몇 분에 걸쳐 질문에 답했습니다.
특히 한 취재진의 송곳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습니다.
취재진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발장에 더 가까운가요 아니면 자베르(극중 장발장을 추격하는 형사)에 가까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 이건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부인 멜라니아에 답변 기회를 미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이후 문화계까지 보수적 색채를 덧씌우는 이른바 '이념 전쟁'의 칼날을 뽑아들고 특히 공연계 상징과도 같은 케네디센터를 정조준해 왔습니다.
앞서 케네디센터 이사회의 진보 성향 이사들을 해촉하는 동시에 자신을 직접 이사장에 '셀프 임명' 했으며, 이 여파로 기존 케네디센터 공연이 뒤바뀌는 등 문화계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센터를 방문한 것은 2기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민중 봉기를 다룬 '레미제라블'을 관람한다는 점에서 '역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짚었습니다.
서부 대도시 LA 등 미 전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에 맞서 연일 거리 시위가 이어지고, 이를 진압하려 군대까지 투입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연장인 오페라하우스에 입장한 순간에는 이같이 갈라진 미국 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객석에 등장하자 한쪽에서는 "범죄자", "강간범"이라는 비난과 야유가 이어졌으며, 다른 쪽에서는 "USA"를 연호하며 함성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해 '레미제라블' 출연진 중 일부는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그와 대척점에 서온 성소수자들도 저항의 의미로 여장 남자인 '드래그퀸' 복장을 한 채 무더기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레미제라블'에 대해 "아주 멋지다. 여러 번 관람했다"고 호평을 한 바 있습니다.
또한, 대선 유세에서 이 작품의 일부 삽입곡을 배경 음악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레드카펫에는 JD 밴스 부통령,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등 '트럼프 사단'이 총출동했으며, 마치 할리우드 시사회를 연상케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촌평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