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인재교류·유학 프로그램의 선발과 운영을 맡는 '풀브라이트 재단'의 이사 전원이 트럼프 정부의 외압에 항의해 현지시간 11일 사임했습니다.
AP통신은 풀브라이트 재단 이사 12명이 재단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공개하고 총사퇴를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발이 이미 확정된 미국 국내외 장학생과 연구자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거부함으로써 재단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프로그램으로 미국 유학이 승인된 외국인 장학생과 연구자들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재검토 절차를 다시 거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승인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재단이사들은 반발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선발은 미국 국무부와 다른 국가들의 대사관들에 의해 1년간의 절차를 거치며, 최종 결정권은 재단에 있습니다.
이사들은 트럼프 정부가 선발을 취소시킨 장학금 수혜자들의 전공분야에 생물학, 공학, 농학, 음악, 의학, 역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법을 준수하라는 요청을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거부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재단이사로 계속 있는 것은 "우리가 불법적이라고 믿는 행위들을 정당화"하고 "이 명망 높은 프로그램의 정당성과 외국에서 미국의 신용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단이사들은 의회와 법원과 향후 새로 들어설 풀브라이트재단 이사회가 이 프로그램을 파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재단이사들의 총사퇴 사실은 뉴욕타임스가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재단이사들의 주장에 대해 "이들이 선정 과정 최종 결정권을 계속 가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80년 전 미국 의회가 국제교류를 장려하고 미국 외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연간 약 9천 명의 학생·연구자·교수·전문가 등을 미국과 외국 160여개국에서 선발해 왔습니다.
미국 대학 졸업생 중 외국에 유학하려는 이들, 해외에 방문연구원이나 교환교수로 가려는 미국 대학 교수들, 미국에 방문연구원이나 교환교수로 가려는 외국 연구자들 등 다양한 수혜자들을 위한 장학금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장학생 출신 중 다수가 각자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노벨상·퓰리처상 수상자들도 여럿 있습니다.
현직 국가원수나 정부수반만 따져도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총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최고고문, 레슬리 볼테르 아이티 임시대통령권한위원회 의장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