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내달 8일로 제시한 전 세계 무역 상대국과의 무역 협상 시한을 연장할 용의가 있지만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무역협상 기한 연장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고, 부과를 시작한 같은 달 9일 무역협상을 위해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고 각국과 개별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무역상대국과의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 정부는 성실하게 무역협상을 하는 국가에 대해선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미국의 18개 주요 무역상대국 가운데 "다수는 좋은 제안을 들고 왔고 성실하게 협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난 누군가 성실하게 협상한다면 (유예)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베선트 장관이 언급했던 것처럼 무역협상 시한 연장 용의를 밝혔지만 그 가능성을 크게 두지 않으며 사실상 이를 뒤집은 것입니다.
이는 무역상대국에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제 특정 시점이 되면 (각국과 협상하지 않고) 단지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며 "'이것이 계약(deal)'이라고 말하면서 '당신은 이를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영국과 중국에 이어 어느 국가와 무역합의에 이를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일본과 협상을 하고 있고, 한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 약 15개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150개국 이상이 있다. 그 모든 국가와 협상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따라서 약 1주 반(열흘)이나 2주 후에 각 국에 서한을 보내 내가 유럽연합(EU)에 한 것처럼 계약조건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EU와 관세협상이 더디다면서 모든 EU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EU에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각 무역 상대국에 미국이 임의로 정한 상호관세율이 명시된 서한을 보낸 뒤 미국과의 무역을 계속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밝힌 시점에 실제 일방적으로 관세율을 설정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약속을 이행할지는 불확실하다"며 "대통령은 종종 2주 시한을 설정했지만, 그 시한이 늦어지거나 아예 이행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도중 "향후 2∼3주 이내에 스콧(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러트닉 상무장관)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내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날까지 3주가 더 지났지만, 아직 상호관세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서한이 무역 상대국에 발송됐다는 소식은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센터에서 이날부터 7월 13일까지 진행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개막 공연을 영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관람했습니다.
미국 문화의 산실로 여겨지는 케네디센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이후 벌이고 있는 진보 진영을 상대로 한 '문화 전쟁'의 격전지가 된 곳입니다.
취임 직후 케네디센터 이사진을 전격 교체하고 자신이 직접 이사장을 맡는 한편 센터의 임시 사무국장에 측근인 리처드 그레넬 북한·베네수엘라 특사를 앉혀 성소수자 관련 등 진보 색채의 공연 전면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