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도와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무력 충돌을 한 파키스탄이 국방비를 2조 원 가까이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현지시간 10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2025∼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의 국방비 지출액을 2조 5천500억 파키스탄 루피(약 12조 3천억 원)로 책정했습니다.
이는 해당 회계연도에서 부채로 인한 이자 상환액 다음으로 많은 지출이며 지난 회계연도의 국방비인 2조 1천800억 파키스탄 루피(약 10조 5천억 원)보다 17%(약 1조 8천억 원) 늘어난 금액입니다.
파키스탄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대외 부채에 시달리다가 코로나19 대유행과 대홍수 등이 겹치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고, 결국 2023년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현재 각종 보조금 삭감과 에너지 가격 인상 등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경제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정부는 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체 예산을 7% 줄이는 등 긴축 편성을 했지만, 국방비는 예외적으로 늘렸다고 블룸버그는 짚었습니다.
무함마드 아우랑제브 파키스탄 재무부 장관은 하원 연설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맞기 위해 국방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파키스탄 의회의 예산안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전문가들은 표결을 형식적 절차로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국방비는 70년 넘게 앙숙 관계로 갈등을 빚는 인도에 비하면 여전히 훨씬 작다.
인도는 군사 지출에 약 800억 달러(약 109조 원) 배정했으며 증액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관광객 등 26명이 숨진 총기 테러가 발생한 이후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가 휴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파키스탄의 국방비 증액으로 중국 방산업체가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중국이 추진하는 대외경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이자 '인도 견제'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중국 동맹국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주요 무기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2009∼2012년 파키스탄 전체 무기 수입의 51%를 차지한 중국산은 2019∼2023년에는 82%까지 늘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무력 충돌할 당시에도 중국산 J-10C 전투기를 활용해 인도 공군기를 격추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3대를 포함한 인도 전투기 6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중국산 무기에 관한 국제적 평가를 바꿔놨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도는 전투기 일부를 상실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