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대북전단에 대한 통일부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접근하고 있다"라며 전단 살포를 사실상 막을 수 없다는 취지를 보였던 통일부가 전단 살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 것입니다.
지난 9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모두 발언에서 전단 살포 문제를 먼저 꺼냈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6월 2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세 번째로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면서 "한반도 상황의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또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입장이 왜 갑자기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과 우리 국민의 생명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전까지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과 국민의 생명 안전 검토를 덜 한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 당국자는 준비해 온 다른 답변을 읽었습니다. "정부의 입장과 정책이 진공상태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며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고, 이 같은 엄중한 상황과 우리 국민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통일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대북전단 놓고 통일부 오락가락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놓고 통일부가 오락가락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6월 북한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통일부는 처음에는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했다가 불과 6일 만에 입장을 바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대북전단을 보낸 단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상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반출 승인 규정 위반'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에 물건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남북한은 헌법상 하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 수입이라는 말 대신 반출, 반입이라는 말을 쓰는데, 북한이라는 특수 지역에 물건을 보내거나 북한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오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교역을 하든 인도적 목적의 지원을 하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대북전단이 이러한 반출 물품의 범주에 해당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전단을 북한에 보냈으므로 교류협력법 규정 위반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던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입장이 6일 만에 왔다갔다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당시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일명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3년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헌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경우에 따라 경고, 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대안이 있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입니다. 헌재는 또,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은 북한인데, 위해 유발에 대한 책임을 전단 살포자에게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통일부도 이번에 입장을 바꿔 전단 살포 규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항공안전법과 재난안전법 등 다른 법규를 들고나왔습니다. 항공안전법은 무게 2kg을 넘는 물건을 무단으로 날릴 수 없게 하고 있고, 재난안전법은 자치단체장이 위험지역으로 선포한 곳에 무단으로 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규정들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찬반양론 첨예한 대북전단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는 찬반양론이 존재합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북전단을 폐쇄 체제에 갇혀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정보를 전해주고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는 도구로 생각합니다. 외부 세계와 차단돼 있는 북한 주민들은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해주고 외부의 관심(1달러 지폐, 구급약, 마스크 등)을 표명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전단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북전단으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특히 남북 접경 지역 주민들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대북전단으로 긴장이 고조돼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때마다 접경지 주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양쪽 모두 나름의 주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말이 맞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대북전단 문제는 워낙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성이 강해서 어떤 주장이 타당한지 논리적인 토론도 어렵습니다.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단 날리는 납북자 가족 (사진=납북자가족모임 제공, 연합뉴스)
다만 여기서는 납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여러 단체가 있지만,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전단을 보내는 단체와 납치된 가족의 생사 확인 등을 요구하는 납북자단체의 전단은 다르게 볼 부분이 있습니다.
납북자단체는 북한에 가족이 납치된 피해자 단체입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가 자국민 보호라고 본다면 납치자를 데려오려는 노력은 국가의 중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납치자를 데려오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이 나서고, 일본은 납치자 문제가 정부의 우선순위인데, 한국의 경우 국민의 관심도 낮고 정부도 사실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납치자를 데려오는 것이 물론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지금까지 열린 수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납치자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았던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자국민 납치 문제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이 전단 살포를 통해 직접 북한에 생사 확인을 해달라고 나선 것입니다. 납북자 가족들의 대북전단 살포는 사실 북한보다는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 정부에 대한 호소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