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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수많은 K-웹툰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실사화되며 글로벌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레전드 웹툰이 드라마 시리즈로 탄생했다. '역대 가장 완성도 높은 느와르 웹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웹툰 '광장'이 배우 소지섭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져 지난 6일 7부 전편이 공개됐다.
드라마 '광장'은 원작의 캐릭터와 세계관은 가져오되,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먼저 '광장'의 의미부터 확장했다. 과거 서울의 주먹들이 자웅을 겨루던 국회 앞 '광장'을 뜻했던 원작의 의미와 다르게, 드라마 시리즈 속에서 '광장'은 '주운'과 '봉산'이라는 양대 조직 세계와, '상대를 건든 자는 누구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는 규칙 자체를 의미한다.
11년 전, 남기준(소지섭)은 두 조직의 운명을 바꿔 놓은 사건 이후 다시는 광장에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은 채 잠적한다. 하지만 주운의 2인자였던 동생 기석(이준혁)의 석연치 않은 사망 소식을 접한 기준은, 동생의 죽음 뒤에 있는 배후를 찾아내기 위해 광장 세계에 돌아오고 자비 없는 복수를 실행해 나간다. 기준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주운과 봉산, 그리고 광장 세계의 일원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일궈낸 것을 지키기 위해 핏빛 전쟁을 시작한다.

레전드 웹툰의 실사화, 가상 캐스팅 1순위 소지섭의 현실화
'광장'은 웹툰으로는 드물게 냉혹하고 진한 폭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하드보일드 장르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직진하는 기준의 서사와 강렬한 그림체, 냉혹하고 진한 폭력의 세계, 피도 눈물도 없는 광장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한 사건들까지,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모든 요소들이 드라마 '광장'에서 영상으로 펼쳐진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배우 소지섭의 캐스팅이다. 소지섭은 원작 웹툰 팬들 사이에서 기준 역 가상 캐스팅 1순위로 거론돼 왔던 배우다. 기준을 연기하는 소지섭, 상상만 하던 그림이 현실이 됐다.
자신이 가상 캐스팅 1순위로 언급돼 왔다는 이야기에 소지섭은 "부담스러웠다"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나한테 시나리오가 왔을 때, 솔직히 감사했다. 이렇게 거칠고 몸을 부딪치며 에너지가 느껴지는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는데, 내게 먼저 제안이 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 감사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소지섭은 영화 '회사원' 이후 무려 13년 만에 느와르 액션 장르로 돌아왔다. 그는 말보다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기준 캐릭터를 묵직하게 그려냈다. 서늘한 표정 속 분노로 일렁이는 눈빛,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는 소지섭의 액션을 보고 있으면, 왜 그가 기준 역 가상 캐스팅 1순위로 손꼽혔는지가 여실히 증명된다.

명품 배우진, 핫한 추영우, 특별출연 차승원, 이준혁까지
소지섭 외에 다른 배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연기력은 기본이고, 저마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분위기를 십분 살려낸 맞춤 캐스팅이 몰입감을 더한다.
광장 세계의 두 기둥 '주운'의 수장 이주운 캐릭터는 허준호가, '봉산'의 수장 구봉산 캐릭터는 안길강이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여기에 요즘 대세로 꼽히는 젊은 배우들 추영우와 공명이 기존 이미지와는 상반된 캐릭터에 도전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추영우는 이주운의 아들이자 현직 검사인 이금손 역을 연기한다. 검사로서 평생 조직을 이끌어온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는 듯 보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광장의 판도를 뒤집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옥씨부인전', '중증외상센터' 등에서 선한 연기로 관심을 모은 추영우가 이중성을 지닌 이금손 캐릭터를 맡아 그동안 본 적 없는 새로운 연기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공명은 구봉산의 아들인 '봉산'의 후계자 구준모 역으로 악역을 소화한다. 원하는 것은 다 가져야 하는 철없는 성격에 무자비한 면모를 지닌 구준모 캐릭터를, 순한 외모의 공명이 연기하는 반전 또한 이색적이다.
이범수는 광장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일들을 깔끔하게 뒤처리해 주는 '엔클린'의 대표 심성원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보는 이범수 특유의 양아치 연기가 극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조한철은 이주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충직한 오른팔 최성철 역으로 흔들리는 광장 세계의 균형을 잡으려는 냉철한 모습을 그려낸다.
특별출연 같지 않은 특별출연들 또한 '광장'의 중요 포인트다. 배우 차승원과 이준혁이 그 주인공인데, 두 사람은 특별출연 치고는 많은 분량과 존재감으로 더 풍성한 광장 세계를 완성한다. 차승원은 '주운'과 '봉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물 차영도 역으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남기준이 광장으로 돌아온 이유이자 모든 사건의 도화선이 되는 남기석 역은 이준혁이 연기한다. '주운'을 기업으로 키워 2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의문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는 기석 역을 소화하며, 이준혁은 수준급 액션 연기도 선보인다.
각자의 목표와 욕망을 좇는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부딪히는 치열한 에너지를 담아낸 '광장'. 각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와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연은 '광장'을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오래간만에 보는 진한 느와르 액션
동생을 잃은 남기준은 오직 복수를 위해 직진한다. 그의 감정과 서사는 말보다 행동, 즉 액션으로 표현된다. 상당한 분량을 액션에 할애한 '광장'을 통해, 오랜만에 진한 느와르 액션 장르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잘 짜인 액션 시퀀스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아킬레스건을 잘라 한쪽 다리를 절뚝이는 약점을 지닌 기준이라 그의 액션이 스피디하진 않지만, 투박함 속에 강한 힘이 느껴진다. 마치 마동석이 모든 악을 때려 부수듯, 소지섭이 굽히지 않는 강인함으로 시원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무엇보다 '광장' 속 기준의 액션에는 '감정'이 담겼다. 거칠고 무자비해 보이는 액션이지만, 그 속에선 동생을 잃은 슬픔과 복수심으로 가득 찬 기준의 처절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는 "기준의 액션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기준의 행위가 잔인하게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액션 시퀀스를 만든 최성은 감독과 소지섭의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소지섭은 "액션에도 기승전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액션의 강도를 세세하게 구분해 마지막에는 클라이맥스를 터뜨리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는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인정받기 위해 움직이는 '광장' 속 인물들의 충돌은 진하고 깊은 느와르 액션의 정수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기준의 복수를 공감하고 응원하며, 동시에 통쾌하고 시원한 액션으로 장르적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원작 웹툰 팬들은 '글쎄'
드라마 '광장'은 원작 웹툰을 고스란히 영상화한 작품이 아니다.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이어가되 "원작을 재해석했다"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 그래서 설정이나 스토리 부분에서 원작과 많은 부분이 다르게 각색됐다. 하지만 원작이 '레전드'라 여겨졌던 만큼, 원작 팬들은 드라마로 재탄생한 '광장'에 대해 적잖은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원작 팬들은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광장'의 의미를 드라마에서 다른 식으로 다룬 점, 남기준의 과거 서사 중 중요한 에피소드를 풀지 않은 점, 몇몇 주요 캐릭터들이 사라지거나 설정이 바뀐 점 등을 지적하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원작과의 비교에 대해 '광장'을 연출한 최성은 감독은 "원작의 서늘한 톤 앤 매너를 최대한 영상에 반영해 보자는 목표였다. 스토리적으로는 기준의 복수를 중심으로 한 서사는 유지하되, 원작과 차별점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분량이 긴)시리즈로 기획되다 보니 기준뿐만 아니라 그 대척점의 주운, 봉산 등 모든 인물들의 사연과 욕망이 있었으면 했다. 각 인물들의 갈등과 감정을 따라가며 시청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하며, 원작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재해석한다는 생각이었다"라고 각색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