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앞
경기 동탄에 이어 대구에서도 경찰에 보호조치를 요청했던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이 한 달여 전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고 전국 각지로 도주했던 용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됩니다.
어제(10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0분 달서구 한 아파트 세대 내에서 50대 여성 A 씨가 흉기에 찔린 채 심정지 상태로 가족에 발견됐습니다.
A 씨는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다 1시간여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금품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현장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 역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유력 용의자로 40대 남성 B 씨를 지목하고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현재 B 씨는 대구 지역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구경찰은 관할 경찰에 공조를 요청했습니다.
B 씨는 한 달여 전 A 씨를 찾아가 흉기로 협박한 혐의(스토킹범죄처벌법위반 등)로 경찰에 붙잡혀 최근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아왔습니다.
당시 범행 후 대구를 벗어난 지역으로 도주했다가 체포된 B 씨를 두고 경찰은 피해여성 안전 등을 고려해 피해자안전(신변보호)조치와 함께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B 씨가 수사에 임하고 있는 점과 확보된 증거 등을 토대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도주 이력이 있는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A 씨 안전조치를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주거지 앞에 안면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지만 결과적으로 B 씨의 추가 범행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능형 CCTV는 안면인식 등록이 안 된 인물이 포착되면 경찰에 알림이 가고 피해자의 스마트워치에도 상황이 전달되지만, A 씨는 최근 스마트워치를 자진 반납한 상태였습니다.
또 B 씨가 복면을 쓴 채 지능형 CCTV가 설치된 출입문이 아닌 가스 배관을 타고 피해자 거주지인 아파트 6층까지 침입한 까닭에 경찰은 A 씨의 가족 신고를 받은 뒤에야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건은 적극적인 구속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난 5월 경기 동탄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이 사건 피해자는 전 연인에 의한 폭행 등 피해를 호소하며 구속 수사를 경찰에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비극은 일어났습니다.
형사 사건 전문인 천주현 변호사는 "현재는 법원이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 주거 부정을 영장 발부 주요 사유로 보는데 스토킹 범죄와 같은 유형의 사건일 경우 재범 위험성이나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 등 사정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구속 사유를 확대하거나 스토킹처벌법에 흉기 협박 등 중대 사유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식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