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아들 보살피는 의료진 모습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유엔 조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특히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 또는 포기할 거라는 응답은 한국이 조사 대상 1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5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미국 등 14개국 성인 남녀 1만 4천 명을 대상으로 출산 계획을 물은 결과 응답자 상당수가 경제·사회적 이유로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갖지 못했거나 못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이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와 함께 실시한 이번 설문 대상 국가는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부터 출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등이 포함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출산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와중에도 응답자 대부분은 자녀를 2명 이상 갖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가 현실적인 이유로 출산을 포기했거나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출산 가능 연령대의 응답자 중 18%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으며, 11%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원하는 것보다 적게 자녀를 가질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출산 가능 연령대가 지난 50세 이상 응답자 중에서도 31%가 원하는 숫자보다 더 적은 수의 자녀를 가졌다고 답했습니다.
그 원인으론 '재정적 한계'가 39%로 가장 많았습니다.
국가별로는 한국 응답자 중 58%가 재정적 한계를 출산을 포기했거나 포기할 이유로 꼽아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실직 및 고용 불안정'을 원인으로 꼽은 비율은 21%였으며, 주거 문제와 '충분한 자녀 양육 선택지의 부족'을 꼽은 비율은 각각 19%와 12%였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은 일각에서 저출산의 책임을 젊은 세대의 출산 의욕 저하로 돌리고 있지만, 실제 사람들이 출산을 원하는 데도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이 문제임을 이 보고서는 보여준다고 짚었습니다.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 사무총장은 "세계는 전례 없는 출산율 감소의 시대에 들어섰다"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가족을 만들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며, 이것이 진정한 위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카넴 총장은 그러면서 "문제는 (출산) 의지의 부족이 아닌 선택지의 부족"이라면서 "해답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들, 즉 유급 육아 휴직과 저렴한 불임 치료, 파트너의 지원 등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