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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팀장' 제안에 보이스피싱 가담…대법 "미필적고의 인정"

'김미영 팀장' 제안에 보이스피싱 가담…대법 "미필적고의 인정"
인상착의를 듣고 파악한 피해자에게 거액의 현금을 건네받은 뒤 별다른 확인 없이 제삼자에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송금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대해 사기 등 범행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오늘(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씨는 2022년 3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이른바 '김미영 팀장'으로부터 업무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김미영 팀장의 메신저 연락에 따라 두 달간 피해자 8명을 만나 위조 문서를 건네고 약 1억7천만 원을 건네받은 뒤 ATM 기기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이 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이 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미영 팀장에게서 금융결제 대금 등에 관련된 서류를 전달하는 업무를 제안받는 등 이 씨가 정상적인 회사일을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여러 증거에 비춰 이 씨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것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씨가 자신을 채용했다는 업체의 조직과 업무, 실체 등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점, 피해자들에게 받은 현금 액수를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고 업체와 무관한 제삼자에게 무통장 송금을 하는 식의 이례적 수금방식을 활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력서를 게시한 사이트에 등록된 업체의 기업정보 항목에 '채권추심을 명목으로 현금 수거 및 전달 업무를 하는 경우 채용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일 수 있다'는 문구가 기재돼 이 씨가 자신의 업무가 불법임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씨가 조직원에게 받아 피해자들에게 전달한 금융감독원장 명의 문서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채용됐다고 주장하는) 급여대행업체의 업무와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나 형식도 조악하다"며 위조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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