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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송이버섯 산지 '잿더미'…방치 중인 이유

<앵커>

지난 3월 초대형 산불로 전국 최대 송이 산지인 영덕의 송이 산들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대부분 피해 지역이 두 달 넘게 방치되고 있는데요. 나무를 베어내는 비용과 인력 부담이 엄청난데, 정부 지원이 없는 실정입니다.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화마가 휩쓸고 간 산자락에 기계 소리가 가득합니다.

산불 피해 목을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불에 탄 나무가 민가나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을 덮칠 우려가 있는 곳에 시행하는 긴급 벌채로, 비용은 전액 국비로 충당합니다.

영덕에서 초대형 산불 피해로 긴급 벌채 사업이 시행 중이거나 예정된 곳은 462ha, 영덕 전체 산림 피해 면적 1만 6천ha의 2.8%에 불과합니다.

반면 송이 산 3천ha를 비롯해 1만 1천여 ha의 사유림 지역은 언제 나무를 베어낼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엄청난 벌채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데 산림청은 사유 재산이라는 이유로 한 푼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두기/영덕군 지품면 송이 산주 : 퇴직하고 난 뒤에 모든 금액(전 재산)을 산에 다 투자했는데 정부에서 대책을 안 해주면 진짜 참 살아갈 길이 막막하고….]

실제 산림청이 긴급벌채 사업에서 책정한 1ha당 벌채 비용은 3천170만 원.

영덕 송이 산 사유림 피해 면적 3천 ha를 벌채하려면 958억 원이 든다는 건데, 피해 산주 당 2억 5천만 원을 넘는 액수입니다.

산림청은 송이 대체 작물 조성 사업을 하기로 하고 산주들의 신청을 받고 있지만, 반응은 싸늘합니다.

[최현순/영덕군 산림경영팀장 : 우선 벌채가 돼야지 (대체) 작물을 심을 수 있는 환경이 되다 보니까요. 조금 급하게 요청을 드리는 상황이긴 한데 (정부) 예산적인 지원이 없어서….]

산림청은 대체 작물 조성 지원비의 일부를 벌채에 써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비용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산불 피해를 본 공장과 펜션 등의 철거비는 100% 국고로 지원되지만, 임산물 생산 현장의 철거비 격인 벌채 비용은 사정이 딴판인 겁니다.

3년 전 대형 산불이 덮쳤던 울진군도 피해목 벌채 비율이 여전히 3분의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토양 유실이나 산사태 같은 2차 피해가 우려되고 경제적 손실도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소득원을 잃고 아직 재기의 첫발조차 딛지 못하는 임업인들을 위한 당국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김명수 TBC, 디자인 : 김세윤 TBC)

TBC 박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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