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콜로라도 '화염병 투척' 용의자의 자택 앞
미국 콜로라도에서 유대인들을 향해 화염병을 던져 1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불법 체류자가 체포돼 수사받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함께 거주 중이었던 그의 가족들까지 체포해 즉각 추방하려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4일(현지시간) 콜로라도의 연방법원 고든 갤러허 판사가 증오범죄와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모하메드 솔리먼의 가족 측이 추방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요청을 일시적으로 인용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갤러허 판사는 "절차 없는 추방은 불가역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상황의 긴급성을 고려해 중단 명령을 발령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백악관은 SNS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당국이 최근 콜로라도에서 화염병 공격을 벌인 솔리먼의 아내와 자녀 5명을 곧 비행기에 태워 미국 밖으로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해당 게시물에서 이들이 "오늘 밤까지 추방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 국토안보부는 전날 솔리먼의 가족 6명을 체포해 구금했으며, 이들의 비자도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추방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솔리먼의 아내는 솔리먼의 범행이 벌어진 뒤 당국에 협조하며 솔리먼이 집에 놔두고 간 그의 휴대전화를 제출했습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솔리먼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은 상태이고, 가족들은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가족 측 변호사는 당국의 추방 조치를 막아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친족의 범죄를 이유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그런 집단적 또는 가족 처벌 방식은 민주적 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솔리먼의 범행 다음 날인 지난 2일 SNS를 통해 "어제 발생한 끔찍한 공격을 고려하면, 비자를 받아 여기 체류 중인 모든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 구성원, 테러리스트 동조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우리가 당신을 찾아내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미 언론은 이런 연좌제 방식의 '가족 응징'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행정부는 일반적으로 비자를 받고 입국한 사람의 경우 이민법원의 판단 없이 임의로 추방할 수 있는 '신속 추방 절차'에 회부할 수 없다고 CNN 방송은 짚었습니다.
AP통신도 미국에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의 가족이 이렇게 함께 체포되고 추방 위협을 받는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습니다.

솔리먼은 지난 1일 콜로라도 볼더 시내의 한 거리에서 친이스라엘 모임 참가자들을 향해 화염병 2개를 던지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당국은 사건 당일 부상자를 8명으로 집계했다가 다음날 4명을 추가로 파악했으며, 이날 브리핑에서는 부상자가 총 15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백악관 엑스(White House X) 게시물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