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급전'이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으나,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 운영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정부 차입이 중단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5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한 달 동안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차입한 금액은 0원이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중 남아있던 55조 원의 일시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 후여서 5월 말 기준 남아있는 대출 잔액도 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부가 고질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선 전 정치 불확실성 속에 재정 지출이 지연되면서 일시 차입 필요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입니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많이 사용할수록 돈을 쓸 곳(세출)에 비해 걷은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입니다.
월별로 나눠보면, 정부는 올해 1월 5조 7천억 원, 2월 1조 5천억 원, 3월 40조 5천억 원, 4월 23조 원 등을 한은에서 빌렸습니다.
1~4월 누적 대출금은 총 70조 7천억 원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후 1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분기(1~3월)에만 445억 3천만 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다만, 미처 갚지 못한 대출 잔액은 1월 말 5조 4천억 원, 2월 1조 5천억 원에서 3월 32조 원으로 급증했다가 4월부터 모두 사라진 상태입니다.
결과적으로 새 정부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셈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와 경기 둔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으로 세수 펑크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정권 임기 초 확장 재정에 속도를 낼 경우 정부 차입 역시 단기 급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사에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유세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연 2%인데, 지금 예상치로는 0.8%밖에 성장을 못 한다고 한다"며 "그럼 1.2%는 성장할 수 있게, 국가가 재정 지출을 하는 게 기본 상식"이라고 했습니다.
차규근 의원은 "새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세수 추계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분명히 밝히고, 일시 차입과 같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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