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광물질 이용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 시각화
국내 연구진이 영장류의 뇌 속 노폐물 배출 경로를 자극해 배출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고규영 혈관연구단장 연구팀은 뇌 속 노폐물이 눈과 코 옆 피부 아래 림프관과 턱밑샘 림프절로 이어진 경로를 통해 배출된다는 것을 영장류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오늘(5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해당 배출 경로에 정밀한 물리적 자극을 가하면 노폐물이 섞여 있는 뇌척수액 배출을 두세 배가량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같은 뇌 노폐물이 뇌에 쌓이면 신경세포를 손상해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일으킵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노폐물이 쥐의 뇌 하부에 있는 뇌막 림프관 뒤쪽 비인두 림프관망을 통해 목 부위 안쪽 림프절로 배출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비인두 림프관망과 림프절을 이어주는 통로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뇌척수액 배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지만, 목 깊숙이 존재해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에 형광 표지자를 발현시킨 뒤 생체 내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시각화했습니다.
관찰 결과, 뇌척수액이 눈 주위, 코안 쪽 그리고 입천장 림프관을 통해 눈·코 옆 림프관으로 모인 뒤 턱밑샘 림프절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이영전 박사 연구팀과 협업을 통해 이런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영장류에도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이와 함께 노화가 진행된 쥐에게서는 코안 쪽 림프관과 입천장 림프관에서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은 떨어지지만, 눈·코 옆 피부 아래 집합 림프관은 그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됨을 발견했습니다.
집합 림프관은 두개골 안쪽 뇌척수액을 바깥으로 빼주는 펌프 역할을 하는데, 집합 림프관에 정밀한 기계적 자극을 주면 뇌척수액 배출이 두세 배가량 늘어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고규영 단장은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의 지도를 완성했다"며 "노화에 따라 떨어지는 뇌척수액 배출 능력을 비침습적인 물리 자극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Nature) 이날 자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사진=IBS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