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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겉이 번드르르하다고 안심하면 큰일 납니다
Q. 서울 강남 쪽도 땅의 특성 때문에?
한강의 남쪽 양대 축은 예전부터 영등포와 천호동이었습니다. 이쪽은 고지대여서 사람이 살기 좋아요. 전근대에 집을 고르는 기준은 물이 안 넘치는 곳입니다. 그래야 땅이 단단하거든요. 그래서 영등포·천호가 중심지였고 가운데 저지대이자 한강이 남쪽으로 치고 내려가서 모래사장만 만들어지는 강남 쪽은 사실 버려진 땅이었던 거죠. 그래서 배추 기르고 배 기르고 했던 건데, 소양강댐을 만들어서 한강의 수량(水量)을 줄이고 한강 하구원을 만들어서 바닷물을 못 들어오게 한 다음에 공유수면 매립해서 만든 게 강남이거든요.
그런데 강남역 동쪽 역삼은 언덕이잖아요. 여긴 사람이 살았어요. 서쪽 반포도 언덕이 있는 곳은 아파트 지었고 계곡에 도로와 지하철을 몰아넣은 거죠. 당연히 물이 몰리겠죠. 여기는 10년에 한 번씩 물이 넘칩니다. 4호선 이수역부터 사당역 구간도 물이 모이는 구간이에요. 이런 데는 당연히 물이 넘치는 겁니다.
여의도도 원래 모래밭이었는데 입법·사법·행정 3부가 다 온다는 전제로 철저하게 기반을 다졌거든요. 그러니까 물이 안 넘치죠. 그런데 강남은 계획된 도시가 아니고 선만 긋고 세운 도시다 보니까 근본적으로 손을 못 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문제가 계속해서 터지는 거예요. 특히 계곡 지역이 주로 넘칩니다.
Q. 영종도 같이 매립한 지역은 오히려 문제가 지금은 없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전에 개발했던 부분들 때문에 그렇다고 봐야 되는 건가요?
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개발할 때 기반 다지기가 허술했어요. 영종도가 원래 4개 섬이었던 건 아시죠? 북쪽에 영종도, 남쪽에 영도가 있고 조그마한 2개는 빼고요. 지금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하늘도시 같은 곳은 옛날부터 섬이었던 곳입니다. 육지 위예요. 운서동이라든지. 갯벌을 매립한 곳은 공항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물이 넘쳐도 빼면 되는 거라서. 근데 여기다가 지금 강남을 만들었다 생각하면 물 넘치는 겁니다.
강남 3구에서도 가장 물이 넘치는 곳이 반포, 잠원동, 압구정 현대 아파트 있는 쪽인 압구정의 강가, 송파구 북부 지역인데요. 제가 여기 대부분 살아봤는데, 어릴 때 바지 무릎까지 물이 넘쳤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한강 둔치 지나가면 펄이 쌓여 있어서 어릴 때 모르고 들어갔다가 못 빠져나와서 공포를 느끼기도 했던 곳이라 손을 안 댔습니다.
겨우 제방을 쌓아 가지고. 올림픽대로의 기능이 '제방'이거든요. 원래부터 철도와 도로는 제방 기능을 하기 때문에, (물을) 막아줘서 겨우 안정된 거고 배수 시설 많이 만들고 한 건데. 가장 피해가 심한 강남구 쪽에 배수 시설을 잘 못 만들고 있거든요. 얼마 전에 대치동·개포동 갔더니 배수장 만들려는데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에 방해된다고 반대 현수막 거셨더라고요. 계속 이런 반대가 있다 보니까 구조적 해결을 못 하고 있다.
"보기 싫은 것들을 지하에 묻었는데, 그것들이 싱크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Q. 싱크홀, 지금 연달아 터지는 건지, 아니면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 것들이 더 가시화되는 건지?
예전부터 문제가 됐었고요. 다만 사망 사고가 점점 더 난다는 게 문제인 거죠. 그리고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크게 싱크홀 나는 데가 지하철 공사 하는 강남, 강동구들. 이쪽이 원래 사람들이 안 살던 곳인데, 모래로 구성된 저지대라 집 짓고 안전하게 살기에 좋지 않은 곳들이었습니다. 토목 기술이 발전하면서 살게 만든 건데, 단독주택이나 5층 연립을 지으면 문제가 없는 거예요.
고층을 짓거나 지하를 건드리기 시작하면 공사를 잘해야 되는데, 코로나 이후로 건설난이 심해졌잖아요. 아파트값 오르고. 토목도 마찬가지로 자재, 건설비는 오르는데 철도 공사 등은 예산이 한정돼 있고, 웬만하면 허가 안 해주는 분위기에서 무리하다가 자꾸 사고가 터지는 것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요즘 하수관로 얘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한국이 무조건 다 보기 싫은 걸 지하에 묻었습니다. 그게 이제 별도 산정서가 오는 거예요. 지하화는 만능이 아니고 지하화를 하면 안 되는 시설들이 있어요. 유지 보수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처음 공사할 때 싸지만 결국 그 몇 배의 돈이 오는 거죠. 그게 지금 오고 있다. 노후화됐기 때문에 한 번 손을 대야 되는데 뭉개고 있다가 하나씩 오고 있는 거죠.
"원래 버려진 땅이었죠" 강남 반포·잠원·압구정…위험해도 손대지 못하는 이유는?
Q. 지역은 개발에 한계점이 있을 수 있고, 서울의 주요 지역은 주민 반대나 여러 여건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말씀하신 대로라면 땅 꺼짐 현상은 향후에도 계속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할 수밖에 없는. 어떻게 해결해야 된다고 보시는지?
이번에 서울시가 조사를 했다고 했잖아요. 지도가 있다고 하는데, 2022년 강남 침수 때도 환경부가 지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공개를 안 하고, 자료 달라고 하자 파일을 안 주고 종이 출력을 줬습니다. 그래서 1,000장을 붙여서 방송에 공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예견된 대로 피해가 났던 거예요. 그 뒤에 부랴부랴 공개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조사한 것을 공개하는 게 우선이고요.
저지대 다닐 때는 '여기는 언제든 위험할 수 있다' 생각하세요. 2022년 강남 침수 났을 때 증언을 보면 '버스 타고 있는데 버스 타이어까지 물에 잠겨서 물이 들어오더라. 그래서 헤엄치고 갔다'? 그러면 안 됩니다. 고지대로 피난해야 합니다. 정말 죽을 수 있어요. 가로등의 전선에 전기가 와서 감전당할 수도 있고, 맨홀 뚜껑 열리면 빨려 들어갑니다. 2001년 폭우 때 50여 명이 사망했는데 절반이 감전사, 맨홀 사고였어요.
기본적으로 내가 사는 땅이, 특히 서울 강남이 겉이 번드르르하니까 안전할 것이라고 믿지 마시고요. 여기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급하게 날림으로 만들어진 도시고, 이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시고, 웬만하면 비가 (많이 오고) 무릎까지 차면 빨리 호텔 잡으십시오.
Q. 땅 꺼짐을 미리 예견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지도가 빨리 공개돼야죠. 그때 환경부도 집값 문제로 공개 안 한다고 했다가 사망 사고 나니까 공개했거든요. 서울시가 의무적으로 만든 건 아니었겠지만 가지고 있는 거 공개해야 합니다. 자꾸 이런 걸 공개를 안 해요. 집값 때문에.
일본은 의무적으로 (지도) 공개합니다. 자기 사는 집이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알고 살아요. 땅 꺼질 위험이 어느 정도 일어날 수 있을지. 그렇게 한다고 사람이 거래하지 않는 게 아니거든요. 조심히 사는 거예요. 한국은 이제 그 단계에 온 거죠. 지하 상황도 점점 노후화되고, 겨우 다졌던 땅도 점차 가라앉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위험한 곳에 살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조심하고, 못 견디겠으면 고지대 가고, 이런 생각을 해야죠.
"부산은 곳곳 사상누각이에요" 연쇄 싱크홀 발생한다?

Q. 땅 꺼짐 현상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지질학적인 부분들에서 예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보시는지?
지금 서울과 광명에서 사망 사고가 나서 주목받고 있지만 부산, 김해, 창원 등 낙동강 하류의 지반 침하가 제일 심각합니다. 낙동강 동쪽으로는 부산 사상구·사하구·북구, 가운데 부산 강서구, 서쪽은 김해, 남쪽에는 르노코리아가 있는 녹산공단·신호공단이 있고, 강서구에는 명지 신도시·에코델타시티가 있습니다. 이쪽은 건설 시점부터 지반 침하 말이 나오던 곳들이에요. 짓던 건물이 기울고. 부산의 지역 언론들은 '사상누각'이라는 말까지 쓸 정도인데.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